진통제의 역습…'한방'이 막아줄까
[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관절염에 걸리면 위장이 망가진다? 관절염 환자의 위를 보호하는 일은 의료인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관절염약을 매일 장기간 먹으면 위장에 부담이 생기고 심하면 출혈까지 일어날 수 있어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전 세계 의료계에서 끊임없이 시도돼왔다. 위에 부담을 적게 주는 약이 개발돼 희망을 줬지만, 또 다른 문제가 생겨 퇴출되는 일도 벌어졌다. 이런 와중에 대안으로 떠오른 '천연물'이 의료계와 환자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골관절염 치료약-위염약 동시처방
골관절염은 관절 연골이 퇴행을 겪으며 발생하는 만성 질환이다. 관절염 중 가장 흔한 종류다. 손상된 연골을 회복시켜야 근본 치료가 되지만 현재로선 방법이 없다. 물리치료나 약물요법으로 통증을 완화하고 악화를 막는 게 일반적이다. 인공관절 수술은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다.
골관절염을 앓는 사람은 여러 가지 약을 먹어야 한다. 대표적인 약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다. 아스피린이나 디클로페낙, 이부프로펜, 아세트아미노펜 등 두통약이나 해열제로 널리 쓰이는 약들이다. 만성 통증을 억제해 환자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문제는 부작용인데, 한두 번 먹을 때는 상관없지만 골관절염 환자처럼 매일 그리고 장기간 약을 복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소염진통제는 통증과 염증을 일으키는 효소 'COX-2'를 억제함으로써 진통효과를 낸다. 그런데 위장보호 역할을 하는 또 다른 효소 'COX-1'까지 억제하는 부작용이 있다. COX-1이 장기간 억제되면 속쓰림, 소화불량, 위궤양, 위출혈 등이 생길 수 있다.
정영복 대한정형외과학회장은 "소염진통제는 심하면 심각한 위출혈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동시에 위염약을 처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위장장애를 최소화 한 약물도 있지만 여전히 치료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소염진통제 희망이 절망으로
이 분야의 혁신적 진전은 1994년 이루어졌다. 미국의 한 제약회사는 COX-1가 아닌 COX-2만을 선별적으로 억제하는 약을 개발했다. '바이옥스'란 이 약은 소염진통제의 한 종류이지만, 위장장애 부담이 적어 '선택적 COX-2 억제제'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바이옥스는 국내에도 '혁신적 신약'이란 타이틀을 달고 수입됐다. 위장장애가 적은 진통제라는 개념에 많은 의사와 환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2004년, 희망은 악몽이 됐다. 바이옥스가 부가적으로 심장질환을 유발하는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바이옥스는 시장에서 퇴출됐다.
그 사이 또 다른 COX-2 억제제인 '쎄레브렉스'가 개발됐지만 역시 심장 부작용 우려가 제기됐다. 다만 그 정도가 약해 퇴출은 면했다. 쎄레브렉스는 현재 시장에 남아있는 유일한 COX-2 억제제다.
◆전통 한약, 관절염 치료패턴 바꿀까
그 사이 국내에서는 매우 의미 있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한 한방병원이 오래전부터 사용해오던 한약이 통증억제 효과뿐 아니라 위장장애 최소화라는 특징을 갖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려는 작업이었다.
이 약은 골관절염에 20여년간 사용돼온 '추나약물'에서 유래한 것으로, 제약회사 녹십자가 2003년부터 과학화에 착수해 지난 2월 정식 신약으로 허가를 받았다. 한의학 치료 현장에서 경험적으로만 밝혀진 한약의 치료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것과 동시에 한약의 표준화를 이룬 사건으로 평가 받았다.
연구진은 한약 속 성분에서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된 구척, 방풍 등 6가지를 골라내 천연물 신약으로 개발했다. 이 약의 임상시험에 참가한 정영복 회장은 "유일한 COX-2 억제제인 쎄레브렉스와 비교한 결과 위장관계 부작용은 22.0%와 13.0%로 천연물 신약 쪽이 우수했다"며 "골관절염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약은 연구팀에 의해 상품화에 성공해 9월부터 의사의 처방이 가능해졌다. 다만 어떤 작용기전으로 위장장애를 최소화 하며 쎄레브렉스와 동등한 진통효과를 내는 것인지는 추가연구가 필요하다. 정 회장은 "장기간 임상시험을 통해 천연물신약의 효과와 안전성이 확고히 입증된다면 골관절염 치료분야에 있어 획기적 진전이 될 것"이라며 "동시에 약물 부작용으로 고통 받는 환자에게도 희소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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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증상 나타나면 골관절염 의심
골관절염의 가장 흔한 증상은 질병이 발생한 특정 관절 부위의 통증이다. 전신적 증상이 없는 것이 류마티스 관절염과 다른 점 중 하나다. 초기에는 관절을 움직일 때 통증이 심해지는 양상을 보이지만 병이 진행되면 움직임에 관계없이 통증이 나타난다. 결국 관절이 움직이는 범위가 감소되고 눌렀을 때 통증이 생기는 '압통'이 나타난다. 증상이 좋아졌다 나빠지는 식이어서 증상 발견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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