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 시장조사업체 딜로직 자료를 인용해 올해 들어 일본 기업들이 이미 500억달러를 해외 M&A에 투자했다고 전했다. 이는 2010년에 기록한 총 340억달러를 이미 넘어선 것이다. 현재 일본의 해외 M&A 투자규모는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 번째를 기록하고 있다. 1년을 기한으로 시행되는 정부의 특별기금까지 본격적으로 투여되면 올해 말까지 일본이 영국을 제치고 2위까지 올라설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기업들의 해외 M&A나 자원·에너지 확보, 즉 해외 자산 매입을 촉진함으로써 민간 엔 자금을 외화로 전환하고 이를 통해 엔화 약세를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또 해외 자산이 증가하면 장기적인 기업 수익성 제고와 국부 증대 효과까지 노릴 수 있다.
기업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미주·유럽 수출비중이 큰 카메라제조사 캐논은 정부 발표에 대해 “정부의 엔고 대응 의지가 분명히 드러났다”면서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최대 원자재·에너지 무역업체 미쓰비시상사는 “해외시장에 진출한 일본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수익성을 확보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면서 환영했다.
캐논 관계자는 “전략적으로 항상 M&A를 모색해 왔기에 외화표시 자산 매각을 통한 자금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면서 정부 융자까지 끌어다 쓸 계획은 없음을 시사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해외 M&A가 시급하지도 않지만, 필요하다고 해도 거래 은행을 통해 언제든지 자금을 빌릴 수 있는데 굳이 특별기금의 힘을 빌릴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한편으로 정부는 해외 투자가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일본 내 산업이 대거 해외로 이전하는 ‘공동화’ 현상도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면서 “M&A가 단순한 생산기지의 이전이 아닌 새로운 사업분야의 창출로 이어지도록 정부가 현명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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