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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포퓰리즘, 세가지 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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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에 대한 세 가지 오해가 있다. 첫째, 좋은 포퓰리즘과 나쁜 포퓰리즘이 있다는 오해. 아니다. 포퓰리즘은 그 자체로 해악적인 인기영합주의다. 포퓰리즘이 미국의 포퓰리스트당에서 비롯됐다는 둥의 역사적 배경까지 따질 필요야 없겠지만, 포퓰리즘의 본질은 정치적 편의주의와 기회주의에 불과하다.

포퓰리즘은 대중이나 민중의 지지를 업고 자라되, 끝은 언제나 특정 집단의 이익과 권력을 공고히 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따라서 '좋은 포퓰리즘' 운운은 정치가의 교설(巧說)이거나, 지식인의 말장난이다. 백번 양보해서 그 진정성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좋은 포퓰리즘'이란 용어는 '착한 악마'와 같은 형용 모순에 불과하다.
둘째, 보수에만 포퓰리즘이 있고 진보엔 포퓰리즘이 없다는 오해. 그것도 아니다. 진보 포퓰리즘이 엄연히 존재하며, 그 해악은 보수 포퓰리즘 못지않다.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한 일부의 기회주의적 접근방식은 진보 포퓰리즘의 전형이다. 소위 '희망버스'를 주도하는 이들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내세우며 "회사 측이 영도 조선소의 일감을 필리핀으로 빼돌렸다" "400명을 정리해고 하면서 주주들이 배당잔치를 통해 제 뱃속만 채웠다"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는 혹세무민(惑世誣民)이다.

회사를 비호하거나 크레인 농성을 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현실을 무시한 이상주의적인 주장만으로 노동운동의 지평이 넓어지길 기대한다면 그만한 위선도 없다. 진보의 위선은 보수의 부패 이상으로 위험하다.

셋째, 복지와 포퓰리즘을 동일시하는 것이다. 무척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오해다. 그러나 포퓰리즘은 정치의 한 수단인 데 반해, 복지는 정치의 최종 목표라는 점에서 그 근본부터 다르다.
복지의 사전적 정의는 행복한 삶이다. 현실 정치에서 보다 많은 국민이 편안하게 잘 먹고 잘 살도록 하는 것, 그 이상의 정치적 목표란 있을 수 없다. '복지'란 개념이 이명박 정부를 포함한 역대 정부의 국정지표에 포함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런 점에서 유럽의 그리스나 스페인 등을 빗대 과다한 복지 지출이 부실 재정의 원흉이라고 몰아세우는 이른바 '복지 망국론'은 아주 고약한 아전인수(我田引水)다. 실제론 그 반대다. 건전한 재정을 위해 복지 지출을 줄여야 하는 게 아니라, 복지 지출을 늘리기 위해 재정을 건전하게 가져가야 하는 것이다.

현실 정치에선 복지정책을 포퓰리즘으로 매도하거나, 반대로 포퓰리즘을 복지정책이라고 강변하는 가당찮은 정치인들이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일반 국민들은 복지정책과 포퓰리즘을 구별하기 쉽지 않다.

이럴 땐 두 가지 질문을 해보자. 하나는 "그 돈 어디다 쓸 건데?" 또 하나는 "네 돈이라면 그렇게 쓸래?" 이런 질문에 명확한 답이 돌아온다면, 적어도 국민들의 세금을 허투루 쓰는 일은 없을 것이다. 또 복지를 핑계로 제 생색만 내는 정치인들도 발붙이기 힘들 것이다.

이를테면 포퓰리즘 전사(戰士)를 자처하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당신 재산을 털어서 주민투표 비용 180억원의 일부라도 분담하겠느냐"를 질문해보고,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곽노현 교육감에게 "당신의 돈을 내서라도 아이들 밥 먹이는 문제를 해결할 용의가 있느냐"를 물어보라는 것이다.

플루타크트 영웅전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정치가는 위험하다. 대중의 뜻을 추종하면 대중과 함께 망하고, 대중의 뜻을 거스르다 보면 그들 손에 망하기 때문이다."

어찌해도 망하는 게 정치인이라면, 정치하는 사람 혼자 망하는 게 포퓰리즘으로부터 국가와 사회를 지키는 길이다.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시장직을 건 오 시장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이의철 기자 char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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