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고단한 저학력 백인들, 전통적 가치 역설하는 종교 멀리해

“없는 사람은 교회 안간다“, 미국 사회학대회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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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 19세기에 누군가는 ‘종교는 대중의 아편’이라고 썼다. 최근의 한 연구는 종교가 대중이 아니라 기득권자 중심으로 되어 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지난 21일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연례 미국 사회학대회에 발표된 브래드포드 윌콕스(버지니아대학 사회학) 교수와 앤드류 셜린(존스홉킨스대학 사회학) 교수 공저의 “돈도 없고, 연인도 없으며, 교회도 안간다: 미국 백인 노동 계급의 종교 생활의 탈제도화”라는 논문은 삶이 어려운 저학력 계층은 교회를 나가는 비율이 다른 고학력, 고소득 계층에 비해 훨씬 낮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70년대 이후 전반적으로 종교에 참여하는 백인들의 비율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특히 저학력 백인층은 고작 23%만이 한달에 한 번 이상 종교 기관에 나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1970년대에는 25세에서 44세 사이의 고학력(대졸이상)백인들 가운데 51%가 종교활동에 참여했지만, 2000년에는 46%로 줄었고, 같은 기간 중간교육(고졸 및 전문대) 백인층은 50%에서 37%로 낮아졌으며, 저학력(고교 중퇴 이하) 백인은 38%에서 23%로 줄었다.


이 연구는 또한 고소득자일수록 종교기관에 자주 참석하며, 지난 10년 내에 실직을 경험한 사람일수록 덜 나간다고 밝혔다. 또 기혼자나 동성애에 대해 보수적인 견해를 가진 계층이 자주 종교행사에 참석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지난 40년 동안 중간 교육층들은 덜 가족적인 가치관을 갖게 됐다”면서 “현대 종교 기관들은 가족 중심적인 도덕을 고취하고, 전총적인 중산층 가치들을 포옹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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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저교육층이나 중간교육층의 사회적 경험과 종교기관에서 옹호하는 가치 사이에 괴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동안 중간 교육층의 임금은 하락하고 실업률은 증가했으며, 저교육층의 경제 사정은 더욱 악화되어 고소득, 고등교육자와 비교해 결혼을 하거나 가족 중심적 가치관을 갖는 경향이 낮아졌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이 논문은 “학력이 낮은 백인들은 이제 점점 더 고용될 기회가 적어지고 있으며, 안정적 수입을 얻기가 힘들고, 결혼해서 자녀를 갖기도 어렵고, 가족 중심의 가치관을 갖기도 어려워졌다“면서 ”따라서 이들이 전통적인 가치를 역설하는 종교 기관에서 멀어지는 것은 이해가 된다“고 밝혔다. 결국 먹고 살기 어려워서 탈사회화되며, 기존 가치를 역설하는 종교에 빠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는 현재 교회의 주류가 사회에서 안정적인 삶을 누리고 있는 계층들로 채워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공순 기자 cp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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