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이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본질이 재정위기지만, 우리나라 정치권은 이에 대한 경각심이 없다. 당장 여야 정치권이 추진중인 포퓰리즘 법안은 100여개. 이를 모두 정책에 반영할 경우 당장 내년에 소요되는 예산만 100조원에 달한다. 기획재정부에 분석에 따르면 "재정이 필요한 의원 입법안이 모두 통과되면 향후 5년간 800조원에 달하는 재정 지출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는 연간으로 따지면 160조원 규모로, 올해 예산 약 309조원의 절반을 넘어서는 것이다.또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75%에 해당하는 규모다.


재정건전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차별 복지경쟁은 포퓰리즘으로 이어진다. 이대로 가다가는 나라살림은 거덜나게 돼 있다. 무상급식,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등 일련의 무상시리즈는 재정을 위협하는 요인들이다.

정치권은 무상복지 시리즈 외에 국가 재정이 수반되는 입법안을 무차별적으로 내고 있다. 재정 부담을 수반하는 국회의 입법안 제출은 15대 국회때 13건이었던 게 16대에는 76건, 17대에는 1367건으로 늘더니 18대에는 2782건까지 급증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와 관련, "재정 부담이 수반되는 의원 입법안이 18대 들어 17대에 비해 두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물론 국민들의 복지와 관련된 법안도 있지만 이 가운데 상당수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포퓰리즘 법안이다.


여론의 반발에 밀려 무산되기는 했지만 또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은 올해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에 한해 5000만원 초과 예금자(3만7493명ㆍ2537억원)와 후순위채권 투자자(3612명ㆍ1514억원)를 구제해 주자는 입법도 추진했다. 한나라당의 영유아 전면 무상보육 정책은 미국발 재정위기로 전세계 경제가 수렁 속으로 빠져든 가운데 발표됐다.

정부는 정치권의 무상복지와 반값등록금을 추진할 경우 최소 연간 40조원의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상급식에 1조원, 무상의료에 30조원, 무상보육에 2조원, 반값등록금에 7조원 정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치권이 무차별적으로 쏟아내는 복지정책들을 과연 우리 재정수요로 감당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여기에 남북간의 특수상황을 고려한 통일비용도 염두에 둬야 한다. 통일부는 20년후인 2031년 통일을 가정해 초기 1년의 통일비용이 최소 55조원에서 최대 249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재원이다. 통일세를 신설하는 등의 방안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은 통일비용은 국가재정에서 부담할 수밖에 없다. 다른 나라에 비해 보다 넉넉한 재정을 갖고 있어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저출산고령화의 진전에 따라 일할 사람은 적고 복지비용의 지출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대목이다.

AD

현재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국가채무는 공기업부채와 가계부채를 합하면 80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조세연구원은 추가적인 복지제도 없이 현재의 복지제도를 유지하더라도 2050년에는 국가채무비율이 115%에 달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한 번 편성된 예산은 없애기 어렵다"며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등에 대한 엄밀한 분석없이 쏟아지는 복지정책들은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포퓰리즘"이라고 꼬집었다.


여야 정치권의 주장은 엇갈린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영국의 폭동사태를 예로 들며 "우리 정치권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과잉복지 논쟁을 삼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실물경제에서 문제가 시작되면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부자감세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한나라당 내에서도 재정위기는 복지가 아닌 4대강 사업 등의 요인이 적지 않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김성곤 기자 skzero@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