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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밀어낸 이충성의 '광복절 포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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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사람들은 할 말을 잃었다. 한 골을 먹은 게 문제가 아니었다. 가가와 신지(도르트문트)의 결승골을 도운 선수가 하필 재일동포 4세 이충성(산프레체 히로시마)이었다는 사실은 아이로니컬하면서도 따가웠다. 한국이 내친 한국인이 바로 이충성이다. 축구 한일전 얘기다.

한국이 밀어낸 이충성의 '광복절 포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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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일본 훗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린 한국과 일본의 친선전에서 기꺼이 '일본대표'로 선발출전한 이충성은 당당하게 일본의 결승골을 견인했다. 제66주년 광복절을 닷새 앞 둔 날이었다. 전반 35분에 일어난 사건이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은 0대 3으로 패했다.

이충성의 어시스트를 받아 결승골을 기록한 가가와 신지, 혼다 게이스케(CSKA 모스크바)가 각각 두 골, 한 골씩을 넣었고 한국은 한 골도 못 넣었다. 한국인이길 원했던 이충성을 오로지 실력만으로 평가해 받아들인 일본은 '이충성 덕'에 승리했고, 한국은 '이충성 때문에' 졌다. 무서우리만큼 냉정하게 실력을 가다듬은 일본 앞에서 한국은 무기력했다.

이충성(李忠成ㆍ일본명 리 다다나리). "내 조국은 한국과 일본"이라고 말해온 그는 한국이 외면한 축구선수다. 조총련계인 조선 초등학교에서 축구선수 꿈을 키우기 시작한 그가 처음에 택한 나라는 한국이었다. 도쿄FC 유소년팀에서 실력을 쌓기 시작한 이충성은 2004년 J리그 1군에 합류했고 범상치 않은 실력은 한국 축구 관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같은 해 박성화 당시 한국 청소년 대표팀 감독은 소집 훈련에 이충성을 불렀고 이충성도 부름에 화답해 한국 캠프에 합류했다.
태극마크에 바짝 다가선 그의 발목을 잡은 건 한국인도 일본인도 아닌 자이니치(在日)라는 신분이었다. 일주일 조금 넘게 파주NFC에서 훈련했지만 일본에서 나고 자란 그는 한국 대표팀에 녹아들지 못했고 불안정한 신분만 재확인하며 겉돌았다. '이방인'이었던 이충성은 이후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당시 동료들에게 소외받은 얘기,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더 이상 한국 대표팀의 부름을 못 받은 이충성을 불러들인 건 일본이었다. 2008 베이징 올림픽을 준비하던 소리마치 당시 일본 축구 대표팀 감독이 2007년 이충성을 호출하면서다. 일본은 그에게 '국가대표'를 약속하며 귀화를 제안했고 '축구선수'로 국제무대에 서고 싶었던 그는 결국 일본을 택했다. 지난 1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일본과 호주의 2011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양 팀이 득점 없이 맞서던 연장 후반 4분, 이충성은 그림같은 왼발 발리슛으로 호주쪽 골망을 가르며 일본에 우승컵을 안기는 것으로 확실하게 보은했다. 그 때나 지금이나 그의 유니폼 뒷면에는 'LEE'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있다.

서울의 한 식당에서 이날 지인들과 한일전을 관람한 직장인 황모(44ㆍ남)씨는 "일본의 첫 골이 터지자마자 이 골을 어시스트한 것이 이충성이라는 아나운서의 멘트에 순간적으로 충격을 받았다"며 "한국인이길 원했던 이충성을 자이니치라는 이유만으로 몰아낸 한국은 결국 과거와 미래를 대하는 태도 측면에서 일본에 완패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로 이번 경기의 의미를 평가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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