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美에서 쌍끌이 태풍...한국경제 격랑 속으로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박현준 기자] 유럽의 재정,신용위기에 이어 미국마저 사상 초유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고 외부 변수에 취약한 한국경제가 격랑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부는 주요 국가들과 정책공조를 통해 대응에 나서고 미국의 국채에 여전히 신뢰의 시그널을 보이며 불안심리 확산에 주력키로 했다. 그러나 부진한 내수를 뒷받침해온 수출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큰 데다 추석을 앞두고 물가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어 경제 전반에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정부, 미 국채 신뢰 불안방지 주력=정부는 7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신제윤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이주열 한국은행 부총재, 최수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등과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임 차관은 이날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하향과 유럽 재정위기 확산 우려 등 대외 악재와 관련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금융시장이 과민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임 차관은 그러면서 "대외 충격에 따른 과도한 변동성을 축소하고 투자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도록 적기에 정책을 시행하도록 정책적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상존하고 있어 경제금융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대내외 불안요인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환수급에 대해 임 차관은 "자금유출입 동향과 외환보유고 운영상황,국내외 유동성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대외 불안요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자체적으로 외화조달 운용계획을 마련해 대응능력을 높이도록 지도하기로 했다. 필요시 장관급 회의체인 경제금융대책회의나 경제정책조정회의 등을 통해 경제ㆍ금융시장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미 경기회복 악영향..거시.실물지표 빨깐불=각국과 정부가 미국발(發) 위기확산을 조기에 진화하는 모습이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국제금융센터는 7일 '미 신용등급 강등 파장 및 시장영향 점검'이란 보고서에서 미국의 모기지 금리부터 미국 국채금리까지 정부와 민간의 금리부담으로 경기 회복에 악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미국 자산의 위상이 약화되면서 글로벌 외환보유액 다변화의 가속화와 위험자산 시장의 디레버리징(차입투자 청산) 확산 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월 경제동향을 통해 "신흥시장국을 중심으로 세계 경제는 완만한 경기회복세가 유지하고 있으나 유로지역의 재정위기 관련 위험요인이 남아있고 미국의 부채한도 조정문제가 부각되면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이 보고서를 미 신용강등 소식 이전에 발표했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10%대 깨진 대미수출에도 악영향=당장 견조한 증가세를 지속해온 수출에도 타격이 우려된다 .지식경제부 잠정 집계 결과, 7월중 대미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1.9%증가에 그쳤다. 2010년 7월 49.3%증가한 것에 비해서는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7월 수출은 주력품목이던 액정디바이스(-63.3%), 반도체(-31.7%)가 크게 줄었고 석유화학(62.8%), 선박(34.3%) 등이 증가했다. 특히 최근 수 년간 전체 수출에서 대미 수출이 10%대를 유지해 왔으나 7월에는 9.3%로 10%대가 무너졌다.
한진현 지식경제부 무역투자실장은 "미국 경기와 우리 수출이 굉장히 정비례 관계를 갖고 있다"면서 "미국으로 인한 수출이 외견상으로 줄어든 것 같지만 중국을 통한 우회 수출까지 감안한다면 미국 경기하고 우리 수출이 굉장히 밀접하고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등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했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이날 '미국 신용등급 하락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 에서 "미국 신용등급 하락으로 앞으로 미국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미국의 경기회복 둔화세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경기회복 둔화세가 커지면 소비수요 위축에 따라 우리의 미국 수출 증가세도 주춤할 것"이라며 "대적으로 경기변동에 민감한 휴대전화와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등의 품목을 중심으로 수출 증가세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연구원은 다만 "현재 우리의 대미 수출 비중은 전세계 시장의 10%가량이기 때문에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하려면 앞으로 국제금융시장의 반응과 실물경제로의 파급 여부를 더 살펴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율 불안에.. 물가 성장률 악화우려=KDI는 이날 펴낸 '8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 및 수출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으나, 높은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는 1년 새 4.7% 급등했다. 지난 1월 이후 7개월째 4%대의 고공행진이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빼고 집계한 근원물가도 3.8%까지 올라 26개월 사이 최고치를 보였다.
농산물과 석유류처럼 계절과 수급의 영향을 많이 받는 품목을 빼고 따진 근원물가가 1년 새 3.8% 올랐다. 2009년 5월(3.9%) 이후 26개월 사이 최고치다. 전월비 상승세도 9개월째 이어졌다. 정부는 8월에도 물가는 4%대의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9월 이후 기저효과 등으로 다소 낮아질 전망이지만 기상 여건이나 이른 추석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있어서다.
원달러 환율과 관련, 시장에서는 지난 7월말 수준인 1050원대로 주저 앉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환율 하락에 대해서는 최근의 견조한 수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과 함께 환율에 취약한 중소기업의 수출에 악영향을 가져와 수출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수입 증가에 따른 무역수지 흑자 감소의 원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최근의 수입이 원유 가스 등 에너지에 집중돼 있어 에너지수입에 대한 부담이 줄고 수입 물가를 낮춰 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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