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보다 코피 쏟아 봤니?
[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지난 주말의 일입니다. 7살 난 제 아이가 ‘리오’라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보고 싶다고 조르길래 상영극장을 검색해 보니 3D밖에 시간이 맞지 않았습니다.
티켓 가격이 비쌌지만 평일에 아빠로서의 못한 역할을 보충이라도 해야겠다고 맘 먹고 아이에게 “3D로 영화 보여줄까?” 라며 어깨에 힘도 줬습니다.
이 전에도 한번 3D로 영화를 본 적이 있고 재미있어 했기 때문에 당연히 별 문제가 없을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저의 선택은 아이의 주말을 망쳐버리고 말았습니다.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에는 군소리 없이 만화에 몰두하며 깔깔거리던 아이가 영화가 끝나자 코를 만지며 아프다고 징징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어른과 동일한 사이즈의 안경을 써서 그려러니 하고 “조금 지나면 나아질 거야”라고 달랬죠.
차에 타 집으로 핸들을 돌린 지 불과 5분도 안돼 갑자기 아이가 “머리가 아파. 아빠”라며 눈물을 글썽입니다. 감기가 걸려도 머리 아프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는 놈인데 말이죠.
조금씩 걱정의 수위가 올라가던 차에 뒤를 보니 아이가 코피를 쏟고 있습니다. 태어나 처음 나본 코피에 자신도 깜짝 놀랐는지 그 때부터 자지러집니다.
다행히 코피는 잠시 후 멈췄지만 아이는 계속 머리가 아프다고 울먹이더군요.
전기전자업종 출입기자로 3D 부작용 가능성에 대해 기사를 직접 작성하면서도 내 아이에게 그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던 제 불찰이었습니다.
3D 영화는 가장 어지럼증 발생빈도가 낮은 편광방식입니다.
그래서 LG전자는 필름패턴편광(FPR) 3DTV를 주력제품으로 밀며 삼성전자의 셔터글라스(SG)방식의 3D의 깜박임은 유해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경험으로 3D가 어린아이들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순전히 개인적인 결론을 확고히 내렸습니다.
일부 어른들 조차 3D영화를 보고 나면 어지럼증이나 속 울렁거림 등을 겪는다고 하니 불과 5~7세 아이들에게 굳이 3D로 영화를 보여줄 필요가 없다는 판단입니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최근 인기를 모으고 있는 3DTV 사용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어린아이들이 볼 수 있는 3D 콘텐츠물이 넘쳐나는 상황은 아닙니다. 개봉영화나 뽀통령이라는 애칭을 가진 ‘뽀로로’ 정도입니다.
하지만 3D부작용을 겪어보니 안구발달이 끝나지 않은 어린 아이들에게 굳이 3D를 보여줄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최근 유투브에는 외국의 한 가전 매장에서 예쁘장한 어린아이가 3D안경을 낀 채로 TV를 보며 마치 자기 앞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사물을 잡으려고 손을 휘졌는 동영상이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그 뒤에서 부모는 아이의 귀여운 모습에 폭소를 터뜨립니다.
그 아이가 3D 화면을 오래 보지 않았길, 그리고 부작용 없이 그 날 밤에 아주 잘 잤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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