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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밖의 인간, "너 어디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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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우주 어딘가에 인간이 살 수 있는 별이 있을까?'
밤하늘은 고대부터 인간의 상상력을 자극해왔다. '지구탈출'을 목표로 삼는 우주 탐사는 SF영화와 소설 속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주제다. 영화 '가타카'에서 주인공은 타이탄 탐사 우주선에 탑승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감수한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는 '판도라'라는 행성에서 지구의 에너지 고갈을 해결할 대체 자원을 채굴하기 위해 판도라 토착민 '나비'족의 신체에 인간의 의식을 집어넣는다. 이처럼 지구 밖의 다른 행성에 대한 호기심은 다양한 상상으로 변형돼 나타난다.
목성 앞을 지나는 이오의 모습. 이같은 현상을 이용해 광도측정을 바탕으로 행성 존재 여부를 가려낸다.

목성 앞을 지나는 이오의 모습. 이같은 현상을 이용해 광도측정을 바탕으로 행성 존재 여부를 가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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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영화와 소설 속에서만 벌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다. 과학계는 끊임없이 지구와 같은 행성을 찾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미항공우주국(NASA, 나사)이 추진하고 있는 케플러 미션이다.

2009년 3월 7일 발사된 케플러 우주선에는 행성을 관측하기 위한 우주망원경이 탑재돼 있다. 목표는 우리 은하 안에서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행성을 찾는 것이다. 케플러 미션은 오직 우리 은하에 있는 수억개의 별들 중 지구와 비슷한 크기와 거주환경을 지닌 별을 찾는 데 맞춰져 있다.
먼저 행성이 무엇인지 알아보자. 항성은 간단히 말해 스스로 빛을 내는 별이다. 반면 행성은 항성 주변을 공전하며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한다. 질량이 크고 밝은 항성에 비해 행성은 작고 빛도 희미하다. 그만큼 행성을 찾기는 더 어렵다. 엄청나게 밝은 서치라이트 옆에 있는 아주 작은 전구를 찾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나사는 10만여개의 항성을 미리 선정해 놓고 주변 행성의 존재 여부와 크기를 파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키워드는 '밝기'다. 별 주위를 도는 행성이 별을 가리면 밝기가 조금 떨어진다. 달이나 지구가 태양을 가릴 때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가정을 토대로 별의 광도 변화를 정밀 분석하는 것이다. 항성의 밝기가 변화했을 때, 이것이 별 표면에서의 다른 현상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간접적으로 행성의 존재를 파악할 수 있다. 만약 행성이 밝다면, 별을 가리지 않더라도 항성의 빛과 행성의 빛을 합친 광도 역시 변한다. 즉 행성이 항성을 돌며 빛을 가릴 경우 어두워지고, 항성의 빛을 반사해 전체 광도가 더 밝아지는 등의 변화를 추적하는 것이다. 항성의 빛이 가려지며 주기적으로 어두워질 경우 행성의 크기나 자전주기, 공전 궤도 등까지 계산할 수 있다. 계산에는 행동의 운동법칙을 정리한 케플러의 법칙이 사용된다. '케플러 미션'이라는 이름도 여기서 나왔다.

지구에서는 이런 관측이 어렵다. 대기 현상에 구애받지 않는 아주 정밀한 우주망원경이 필요하다. 따라서 나사는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찾는 데 특화된 우주망원경을 발사했다. 1톤정도 되는 작은 우주망원경이지만 우주로 직접 진출하면서 지구에서보다 훨씬 많은 행성을 찾을 수 있게 됐다. 현재 지구에서의 관측 기술은 지구보다 318배 큰 목성 정도 크기의 행성밖에 찾을 수 없지만, 케플러 우주망원경을 이용하면 목성보다 최대 600배 작은 행성까지 찾아낼 수 있다. 그만큼 지구와 비슷한 크기의 행성을 찾아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최대 10만개 별을 동시에 관측하고 밝기는 30분 간격으로 측정된다. 허블 우주망원경만큼 정밀하지는 않지만, 한꺼번에 여러 행성의 밝기 변화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어 '지구같은 행성 찾기'라는 목적에 걸맞다.
현재까지 케플러 미션은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올 초 나사는 케플러 미션으로 997개 항성 주변을 도는 1235개의 후보 행성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 중 90%가 진짜 행성일 것으로 파악되며 68개가 지구와 비슷한 크기로 추정된다. 주항성과 적정 거리 내에 있어 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하는 거주가능 영역의 행성으로 꼽히는 것은 54개로 이 중 지구 2배 이하 크기의 행성은 5개로 보인다. 이전에는 거주가능 영역 행성을 2개밖에 찾아내지 못했었다. 케플러 미션이 '골디락스 행성'(물이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적정 온도를 유지하는 행성)의 범주를 크게 넓힌 셈이다.

물론 이들이 진짜 지구와 비슷한지 알아내려면 더 오랜 데이터 분석이 필요하다. 케플러 미션 초기 후보에 오른 행성은 7500개였으나 데이터 분석 과정에서 많은 행성들이 제외됐고, 새로운 행성이 발견되기도 했다. 관측 자체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데다가 데이터 분석 작업도 만만치 않다.
케플러 미션에 따르면 지구에서 수천광년 이내에 3만여개의 골디락스 행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리 은하의 행성 개수는 500억개로 추산되고 있다. 지구같은 별을 거느린 태양과 유사한 항성의 갯수도 이중 1.4~2.7%라는 설명이다.

외계행성 탐색 프로젝트는 케플러 미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사와 유럽우주기구(ESA)는 2014년 우주망원경을 발사한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도 2014년에 발사된다. 지난해에는 미국 캘리포니아대와 카네기연구소 연구팀이 20광년 떨어진 우주에서 골디락스 행성 '글리제518g'를 발견했다고 발표해 과학계를 흥분시켰다. 이 행성의 표면 온도는 영하 32~12도, 질량은 지구 3~4배로 추정됐다. 그러나 스위스 제네바 천문대 연구팀이 공전주기가 37일인 행성을 찾을 수 없다며 반박하고 나서기도 했다. 관측 데이터를 계산해 행성 존재 여부를 추론해내기가 그만큼 까다롭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에서도 외계행성 탐색 프로젝트가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칠레와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3곳에 2013년까지 지름 2m크기의 4억화소급 망원경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300억원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로 2014년 관측을 개시할 예정이다. 2015년에는 지구와 비슷한 행성을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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