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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먹는 ‘자전거도로’, 이번엔 폭우로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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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조사없는 실적쌓기… 철거·보수에 또다시 세금낭비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전국 곳곳에 만들어 놓은 자전거 전용도로가 혈세 먹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지난달말 내린 집중호우로 전국 곳곳의 자전거도로가 끊기거나 파손돼 복구에만 수십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까지 1조205억원이 투입되는 ‘국가자전거도로 구축사업’이 침수를 고려하지 않은채 조성돼 또다시 예산이 새나간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교통체증의 원인으로 자전거도로가 지목돼 철거되는 곳도 늘고 있다. 자치단체장의 실적쌓기에 그친다는 비난이 터져나오는 이유다.
광주시 실촌읍 곤지암교 하류 지점의 자전거도로. 지난번 폭우로 도로 일부가 크게 유실됐다. 하지만 이곳은 지난 5월 봄비에도 일부가 유실돼 복구공사가 진행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 환경운동연합

광주시 실촌읍 곤지암교 하류 지점의 자전거도로. 지난번 폭우로 도로 일부가 크게 유실됐다. 하지만 이곳은 지난 5월 봄비에도 일부가 유실돼 복구공사가 진행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 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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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에 수백억원, 복구에도 수십억원

이번 폭우로 7명이 사망하고 수십가구가 침수된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일대. 하천변 건물은 모두 침수됐고 인근 다리 난간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일대 주민들은 제방 보강공사를 하지 않고 자전거도로 구축에만 몰두한 광주시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5일 경기도에 따르면 광주시 자전거도로 조성사업에는 약 80억원이 투입됐다. 반면 제방공사에 쓰인 비용은 8억원에 불과하다. 자전거도로 구축 사업비 일부를 제방설비에 사용했다면 피해규모가 크게 줄었을 것이라는게 인근 주민들의 주장이다.

특히 이번 폭우로 광주시가 2014년까지 200억원을 들여 추진하겠다던 ‘하류 홍수방지 공사계획’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지반이 가라앉거나 일부가 쓸려나간 대쌍령리 인근 자전거도로도 공사를 다시해야한다. 광주시 관계자는 “응급복구 작업은 진행 중으로 무너진 제방시설 보강공사는 인근 자전거도로 구간 조정과 함께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30억원이 투입된 18㎞규모의 강촌지구 북한강변 자전거도로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달 30일 개방을 앞두고 일부 구간은 유실됐고 인근 산책로도 가라앉았다. 원주지방국토관리청 북한강살리기사업팀은 물살을 견디지 못하고 전도된 자전거 난간을 재설치하는 등 기초 보강공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조성하는데 이미 수십억원이 들어간 상황에서 이제는 복구비용마저 쏟아부어야할 처지에 놓였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홍수 피해가 잦은 지류지천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며 “자지단체장의 치적을 위해 자전거도로를 무리하게 조성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폭우에는 살았지만…”

폭우에 살아난 자전거도로라도 ‘혈세먹는 하마’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인천시는 141억원을 들여 조성한 자전거 전용도로의 일부 구간을 철거하거나 인도로 옮겨 재설치했다. 교통체증과 주차난을 가중시킨다는 민원에 따른 것이다. 차로를 줄인 공간에 조성한데다 이용자가 없는 점도 시민들의 불편을 가중시켰다. 사전조사없이 실적에만 급급해 추진하다보니 제기능을 상실한 자전거도로가 혈세만 축내고 있는 것이다.

대전시 대덕대로에 설치된 자전거 전용도로는 지난 3월 모두 철거됐다. 1년4개월간 10억원이 넘는 예산을 들였지만 되레 교통정체의 원인이 됐다.

서울시 역시 자전거도로 철거에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의 자전거도로 사업에는 138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대부분이 일방통행 방식으로 조성돼 자전거 이용자들의 불편을 키웠다. 특히 올초에는 강남구 잠원동에 마련된 자전거도로는 두달을 넘기지 못하고 철거됐다. 새로 설치한 경계석이 교통체증을 유발한다는 민원이 폭주한 결과다.

더 큰 문제는 늘어나는 자전거도로에 비해 이용자가 좀처럼 늘지 않는데 있다. 급기야 서울시는 자전거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그룹형 자전거 출근제인 ‘서울 자전거버스’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용률이 낮은데다 출근길 위험까지 있어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자전거도로 철거에도 예산이 낭비되는 이유다.

녹색교통운동 관계자는 “완공된 자전거도로를 다시 철거하는 등 예산 낭비가 발생하는 것은 정부나 지자체들이 일방적인 추진을 했기 때문”이라며 “자전거도로 설치전부터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고 설치된 이후에도 이용률을 높이기 위한 활성화 대책을 추진해야한다”고 언급했다.

◇10년간 매년 ‘1000억원’

행정안전부의 ‘국가자전거도로 구축사업 종합지침’에 따르면 3214㎞규모의 자전거도로를 구축하는데 향후 10년간 총 1조205억원이 소요된다. 지난해에 이미 1048억원이 투입됐고 올해에도 국비 525억원, 지방비 525억원을 합친 1050억원이 계획됐다. 이어 ▲2012년 1200억원 ▲2013년 1200억원 ▲2014년 1200억원 ▲2015년 이후 4507억원 등 매년 1000억원이 넘는 세금이 사용된다.

하지만 지난해 50개 사업 지구 가운데 16개 지구는 추진 실적이 부진하다. 이에 주무부처인 행안부는 실적 관리에 나서고 있다. 예산 조기집행을 위해 절차를 간소화하고 실집행 추진상황을 월별·분기별로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이렇다보니 속앓이를 하는 쪽은 지자체다. 실적을 올려야하다보니 교통량이나 사용자 안전성 조사에 미흡할 수밖에 없다. 조성된 자전거도로를 철거하는 등 각종 민원이 쏟아지는 이유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자전거도로가 늘어나는데 반해 국내 자전거 교통수단 분담율은 1.2%에 불과해 사용자의 인식을 올리는게 급선무”라고 털어놨다.
국가자전거도로 연차별 소요예산 / 행정안전부

국가자전거도로 연차별 소요예산 / 행정안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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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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