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 혁신 TF는 저축은행 사태에 충격을 받은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 지시에 따라 민관합동 위원회로 구성됐고, 이런 점에서 처음에는 그래도 일말의 기대를 갖게 했다. 그러나 그 뒤로 논의범위 축소, 정부 측의 자의적 운영, 민간위원 사퇴, 활동기간 연장 등의 갈지자 행보를 보이더니 결국 어제 모든 기대를 접어버리게 하는 논의 결과를 내놓았다.
은행, 보험, 금융투자 등 권역별로 돼 있는 금감원의 조직을 검사, 감독, 소비자 보호 등 기능별로 바꾸는 방안과 퇴직 후 업무유관 기관 취업 제한대상을 2급 이상에서 4급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은 부정비리 소지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리라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런 방안은 이번 TF의 취지에 비하면 지엽적인 조직운용과 인사관리 차원의 대책이고, 그 자체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대형ㆍ그룹형 저축은행에 대해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의 공동검사를 의무화하고 예보의 검사권 범위를 넓히는 방안은 눈가림수의 혐의가 짙다. 금감원의 입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예보를 좀 더 많이 움직이게 한다고 해서 감독권 분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은 '혁신'이 아니라 '업무조정'에 해당한다. '금융 분야의 정책, 감독, 소비자 보호 등 세 가지 기능의 분리'와 '감독권의 유효한 분산'이 들어 있지 않는데 무슨 '혁신'인가. 언어생활에 혼란을 초래하려는 게 아니라면 이달 중순의 최종 발표 때는 '조정', 좀 더 욕심을 낸다면 '개선'이라는 말을 사용하라.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