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표 없이는 공연장도 안간다?
“이번 주말 시간 있음 공연장 같이 갈래?” 상대의 답은 대부분 “어떤 공연인데?”로 이어진다. 그러나 정작 공연장 동행 여부는 ‘초대표 유무’로 결정된다. 기자의 경험상 그런 경우가 많았다.
공연 기획사에 근무하는 K덕에 초대권의 혜택을 꽤 누리고 살았다. 그 덕에 기자의 지인도 초대권의 달콤함을 여러 번 맛본 셈이다. 공연장 매표소에서 초대권을 받을 때마다 ‘존중받았다는 안도감, 감사함, 미안함’이 뒤범벅된다.
감사의 마음이 최고조에 달하면 기획사 친구와 직원들의 간식을 챙긴다. 미안한 감정이 지배적일 때에는 다음 공연 티켓을 예매한다. 공연 관계자에게 부탁하면 내 한 몸 비빌 곳 없을까 싶을 때도 있다.
최근엔 혼자 공연장 가는 빈도가 늘고 있다. 동반자가 공연에 집중 못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확인한 후부터다. 공짜표로 간 공연이라 쉽게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공짜 쿠폰으로 배달시킨 새우 피자에 새우 10마리가 있는 것, 돈 내고 주문하면 더 많은 새우가 토핑되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초대권에 길들여진 관객이 많은 공연과 유료 관객 점유율이 높은 공연은 분위기 차이도 확연하다. 유료 관객이 많을수록 공연 분위기는 진지하고 열광적이다. 2000년 개관한 LG 아트센터는 ‘초대권 없는 공연장’을 만들겠다’ 선언해 화제가 됐었다.
얼마 전 친구 K의 속마음을 들었다. “좋은 마음으로 초대를 하고도 좀 속상할 때가 있어. 공연 후 트위터나 블로거에 관람 후기를 올리는 일이 흔해졌는데 다수의 말머리에 ‘초대권이 생겨서, 공짜표가 있어서 공연을 보러 갔다’는 식이야. 티켓 구입한 이들한테 미안하고 빈 자리가 있어도 그냥 남겨 두어야하나, 고민될 때가 있어.”
반도 마리코 일본 쇼와여대 총장 이 쓴 〈여성의 품격〉에 보면 ‘초대 받았을 때는 간단한 선물을 준비한다. 길에서 나눠주는 공짜 물건을 받지 마라’는 조언이 들어있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할 상황에서 굳이 샘플을 거절하고, 시식 코너를 지나쳐야 할 이유는 없다. 저자가 얘기하려는 것은 공짜의 유혹에 너무 쉽게 넘어가지 말라는 뜻이라 이해한다.
대가 없는 공짜가 과연 있을까? 실속은 챙기되 공짜에 걸맞는 예의를 갖추자. 이는 곧 품격으로 돌아온다. 품격이야말로 스타일을 완성하는 최고의 액세서리다.
박지선 기자 sun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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