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KT가 재판매하는 모든 단말기에 페어프라이스(가격정찰제)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단말기 업체들이 취지는 동감하지만 현실성은 부족하다는 입장을 내 놓았다.


28일 휴대폰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제조사 입장에서도 이통사가 출고가를 정상화하겠다면 반대할 이유는 없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다"면서 "공정거래법상 재판매가격 통제 행위에 해당하는데다 우리나라 휴대폰 시장의 50%를 판매하는 SK텔레콤이 반대하고 있어 실제 실현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KT는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애플 등 국내외 휴대폰 업체들의 단말기를 재판매 하면서 페어프라이스를 미리 정하고 있다. 대리점마다 같은 가격으로 단말기를 판매해 소비자들의 발품을 줄이고 살때마다 달라지는 휴대폰 가격을 잡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KT가 단말기 가격을 미리 정해 놓고 이 가격에 팔라고 도소매 대리점들에게 강제할 경우 공정거래법상 위반 소지가 있다. 우리나라 공정거래법에는 재판매가격을 통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때문에 KT는 단순히 페어프라이스를 제시할 뿐, 도소매 대리점에 강제할 수는 없다.

KT가 제시한 페어프라이스보다 비싸게 파는 경우는 많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더 싸게 파는 행위는 만연할 수 있다. 휴대폰의 경우 개통에 따른 수수료를 받을 수 있어 경쟁이 치열한 집단상가의 경우 마진을 손해보더라도 더 싸게 파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KT 관계자는 "페어프라이스 제도는 소비자들이 어느 지역, 어느 대리점에 가도 이 가격에 휴대폰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특별히 이 같은 행위를 강제하진 않고 있다"고 말했다.


더 저렴하게 파는 대리점이 생기면 경쟁이 붙어 지금과 다름 없는 시장 상황을 유지하게 된다. 결국 KT가 더 싸게 팔지 못하도록 도소매 대리점에 강제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다. 강제할 경우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단말기 업체들은 KT의 페어프라이스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단말기 업체 한 고위 관계자는 "KT가 공정거래법상 문제만 해결한다면 굳이 페어프라이스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 "애초부터 통신 3사가 무한 경쟁을 시작하면서 단말 업체에 보조금 분담을 요구해 지금과 같은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라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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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페어프라이스 제도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어 제도 정착은 미지수다.


경쟁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단말기가 이통사가 직접 운영하는 직영점이 아니라 전용 대리점과 판매점을 통해 판매되고 있어 실효성이 없다"면서 "KT는 페어프라이스를 제시하면서 모두 같은 가격에 살 수 있다고 강조하지만 실상 시장에서는 단말기를 더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막는 셈"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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