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수진 기자]1995년, MIT미디어랩 창립자인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교수는 저서 '디지털이다(Being Digital)'에서 디지털 혁명을 예고한다. 원자(Atom)가 아닌 디지털 신호 비트(bit)가 세상을 바꾸어 놓을 것이라고 선언한 이 책은 그를 'IT업계의 예언자'로 만들었다. 디지털 시대의 사회 변화를 설파해 온 그는 한국에도 큰 영향을 미친 학자다.


네그로폰테 교수가 다시 한국을 찾았다. 27일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제2회 모바일 코리아 포럼'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한 그가 택한 주제는 '디지털 그 다음은 무엇인가'다. 그는 가장 먼저 디지털 시대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그려 보였다. "제가 예측했던 대로 이제 거리는 사라졌습니다(distance is dead). 그렇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대표되는 '커뮤니티'의 부상은 예상하지 못했죠. 부모 세대가 흰자와 노른자가 분리된 '계란프라이'였다면, 집과 밖, 소비자와 생산자의 경계가 모두 무너진 지금 세대는 '오믈렛'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스티브 잡스 애플 CEO와의 일화도 흥미롭다. 잡스와 막역한 사이인 그는 약 4년 전 잡스가 '생애 최고의 작품'이라며 보여 준 아이폰에 충격을 받는다. 모토로라 사외이사였던 네그로폰테 교수는 이사회에서 "엄청난 걸 봤다"고 아이폰을 본 감상을 전했다. 그러나 이사회는 "첫 1년동안 100만대도 팔리지 않을 것"이라며 "틈새시장을 위한 제품"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대기업은 자신들의 경험만을 갖고 일하려 한다"며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상식적인 일만 하려면 하지 마십시오. 그건 이미 가능성이 없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기존 대기업의 행태를 전부 무시했어요." 특히 자신의 영역이 아닌 곳에서 비전을 찾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모토로라나 노키아는 물론이고 삼성전자나 LG도 자신들의 최고 적수가 구글과 애플이 될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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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세계 개발도상지역의 어린이들에게 컴퓨터를 200달러에 제공하는 OLPC(One Laptop Per Child)캠페인의 창시자다. 그만큼 어린이들의 교육에 관심이 많다. 그가 미래의 '원동력'으로 꼽는 것도 어린이와 교육이다. 가장 소중한 자원은 석유나 물이 아니라 아이들이며, 교육은 공기나 물과 같은 공공재라는 것이다. 미래 디지털 사회의 노력도 아이들에게 집중돼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네그로폰테 교수는 "행사 직전 최시중 방통위원장을 만나 '교육부 장관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며 "기술을 활용하면 교육을 더 증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창의사회로 발전하기 위해 '혼돈을 감수할 것'을 주문했다. 자신의 고향인 그리스가 고대문명의 발상지라는 '과거의 영광'에 집착해 지금과 같은 위기를 맞게 됐다는 네그로폰테 교수의 말은 앞서 상식적인 일은 하지 말라는 얘기와 일맥상통한다. 누적된 경험에만 기대지 말라는 거다. 그가 예로 든 것은 싱가폴이다. "싱가폴은 규율과 복종을 통해 부자 나라를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환경을 유지한다면 창의적 사회는 어렵습니다. 창의사회로 나가는데 혼란은 불가피합니다. 시간도 많이 걸리고요." 자신의 고향인 그리스가 고대문명의 발상지라는 '과거의 영광'에 집착해 지금과 같은 위기를 맞게 됐다는 네그로폰테 교수의 말은 그는 "논란과 논쟁이 있어야 발전한다"며 "과거에 얽매이지 말라"고 당부했다.


김수진 기자 s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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