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오릭스)은 국내 최고의 타자다. ‘라이언 킹’, ‘아시아 홈런왕’과 같은 수식어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그가 남긴 통산 성적에 견줄만한 타자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대호(롯데)가 가파른 상승세로 올 시즌 2년 연속 7관왕에 도전하지만 통산 성적을 놓고 보면 아직 이승엽의 기록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필자는 2001년 프로야구선수협회 활동으로 롯데에서 삼성으로 트레이드되며 이승엽과 인연을 맺었다. 그와 나는 각각 3번과 4번 타자를 맡았다. 그 조합은 3년간 지속됐다. 이제야 밝히지만 필자는 이승엽을 따라잡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그러나 한 번도 목표를 달성한 적은 없다. 기록을 따라잡지 못한 채 결국 현역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이런 이승엽이 몇 년째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에서의 위치는 외국인선수. 회생의 환경이 결코 만만치 않다고 볼 수 있다. 주위에서 ‘이승엽이 과연 부활할 수 있겠느냐’고 물으면 필자는 긍정적인 답변을 내놓는다. 여기에는 세 가지 전제조건이 붙는다.
그 첫 번째는 전 경기의 소화다. 타순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속해있는 팀이 강팀이어야 이롭다. 이유는 단순하다. 이기는 경기를 많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확률적으로 리드하는 경기에서 상대 투수는 필승계투조가 아닌 패전처리투수일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강팀은 특정 한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다. 이승엽이 일정기간 부진하다 하더라도 크게 부각되지 않을 수 있다.
세 번째는 멘토다. 이승엽은 외국인 선수다. 매 타석 옆에서 자신만을 체크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일본에서 그런 인물을 찾기 어렵다면 자비를 들여서라도 사람을 고용해야 할 것이다. 에이전트나 매니저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실력 있는 멘토의 고용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필자는 힘주어 말하고 싶다. 세 번째 부분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쌓아온 명성이 빛을 바랠 수도 있다고.
이승엽이 하루 빨리 이전의 명성을 찾길 바라며 남은 시즌을 기대해본다.
마해영 ISPN 해설위원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