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현정기자]금융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인 경영수완을 발휘했던 제임스 다이먼 JP모건체이스 회장(55)이 최근 공격적인 해외사업 확대 전략을 제시해 사내외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주요 경영진 교체를 앞둔 상황에서 다이먼 회장은 내부 반발을 무릅쓰고 해외진출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지난 몇년을 돌이켜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JP모건의 해외사업 실적은 썩 좋지 않다. 지난해 해외사업 부문 순익은 55억 달러로 전년에 비해 23%나 줄었다. 해외부문 매출액도 같은 기간 10%나 감소했다. 회사 전체 수입에서 해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26%에서 22%로 떨어졌다. 최대 라이벌인 씨티그룹이 미국을 제외한 100여 개 국에서 전체 매출의 60% 가량인 650억달러를 벌어들인 것에 비하면 왜소하기 짝이 없다.
이처럼 실패한 탓에 해외에 못간 것이 오히려 금융위기 때 약이 됐다. 무리하게 해외에 진출한 씨티그룹과 HSBC, 스탠다드차타드 등은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지만 JP모건은 이를 피할 수 있었다. 회사 전체 매출액의 80%를 국내에서 거둬들이면서 금융위기의 파고를 헤쳐갈 수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미국 시장에 안주하다가는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다이먼 회장이 "우리가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라고 역설한 것도 이같은 판단을 반영한 것이다.
그는 최근 3200개의 다국적 고객사에 5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았다. 그는 해외지점 개설과 인력 채용 등에 약 10억달러 가량을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연히 글로벌 위기가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경쟁사들이 확고하게 자리잡은 시장에 뒤늦게 진입하는 것은 너무 많은 리스크가 따른다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개비 앱델누어 아시아태평양 최고책임자는 "다이먼 회장의 결정은 내부 소통이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관료주의의 병폐"라고 노골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현정 기자 hjlee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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