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옳소" 각론만 있고 총론은 실종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찰 수뇌부의 집단 사표, 반값등록금을 보는 정부와 정치권, 교육계의 불협화음, 의료계의 힘 겨루기 장이 돼버린 의약품 재분류 소위원회…. 날씨만큼이나 뜨거운 '갈등 공화국'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2011년 여름, 대한민국엔 각론만 있고 총론은 없다. 국가와 미래를 염두에 둔 전략이나 배려는 꼭꼭 숨어 버렸다. 정부와 정치권, 재계 모두 각자의 이해 관계가 최우선이다. 대통령이 나서 "'동냥은 못 줄망정 쪽박은 깨지 말라'는 말이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해달라"는 말을 꺼내야 하는 지경이다.

우리 사회의 산발적인 갈등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이명박 정부 출범 뒤 3년 동안 발생한 공공분쟁은 모두 140건.(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연인원 500명 이상이 집단 행동에 나서거나 100명 이상이 집단 행동을 조직한 사례만 따진 숫자다. 이념 대립이 정점에 다다랐던 노무현 정부 초 3년(132건)보다도 거리로 뛰쳐나온 시민들이 많았다.


차기 대선을 1년 반 남짓 앞둔 지금, 곳곳에 숨어있던 갈등은 분수처럼 터져나오는 중이다. '물가잡기' '감세철회' 논란 속에 재계는 정부ㆍ여당을 향해 불만을 쏟아내고, 검찰과 경찰은 해묵은 수사권 독립 문제로 기 싸움이 한창이다. 대통령 해외 순방 중 검찰총장이 사의를 밝히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슈퍼에서 비상약 파는 문제를 두고 의사와 약사들도 전쟁 중, 최저임금위원회에선 노사 양측이 동반 사퇴해버렸다. 3년 동안 최소 6조원이 필요하다는 반값등록금 문제는 결론 없이 공회전하고 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이해관계가 다양해지면 갈등이 생기게 마련이다. 하지만 요사이 갈등의 양상이 위태로워 보이는 건 조정할 능력, 통합의 리더십이 없기 때문이다.


모든 계층을 아울러야 할 정치권은 내년도 대선과 총선 준비에 정신이 팔려있다. 정부 정책은 부처 이기주의에 따라 갈팡질팡한다. 이제야 현안에 손을 대겠다고 나선 청와대는 여당과도 입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가 돼야 할 언론도 마찬가지다. 종합편성채널 선정 같은 이해관계에 휘둘려 조직 이기주의의 포로가 됐다. 재계는 재계대로 '1년 반만 참아보자'며 버티는 분위기다. 각론의 난립 속에 정책은 무게감도 구심점도 잃어버렸다.


그렇다고 감세나 반값등록금 같은 갈등의 키워드를 골칫거리로만 치부할 순 없는 일이다. 계층간 반목을 부른 이 문제들 뒤에 국가의 복지 철학과 장기 재정 전략이 함축돼 있는 까닭이다.


이런 문제의 공통점은 '정답'이 없다는 것. '하나가 맞고 다른 것은 틀리다'고 말할 수 없는, 타협과 조정의 대상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표현을 빌리면 '다차원의 동태적 최적화 목적함수를 푸는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이 필요한 화두들이다.


이렇게 복잡한 목적함수를 풀 때 요구되는 게 바로 '다른 것'과 '틀린 것'을 구별할 줄 아는 소통의 능력이다. 그러나 현실은 실망스럽다. 정부와 합의도 없이 불쑥 반값등록금 재정 지원안을 발표한 여당이나 KBS 수신료 인상을 두고 하룻 새 입장을 바꾼 민주당은 각론만 보는 근시안의 전형이다. 민심을 잡겠다며 뜬금없이 재계 총수들을 국회로 불러 호통을 치겠다는 발상 또한 부자연스럽기 그지 없다.


복잡한 갈등을 해소하는 방식은 '윈(win)-윈(win)'이어야 한다. 한 쪽을 패자로 만드는 '제로 섬(zero-sum) 게임'으로는 건강한 해법을 찾을 수도, 상대를 승복시킬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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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그래서 "대화를 시작하라"고 권한다. 이 교수는 "부자감세-서민증세 논란 처럼 타협점을 찾아가야 하는 문제에 정답이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언론을 포함해 모든 화자들이 답을 정해놓고 어떻게든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등을 떠밀면 평행선만 긋게 된다"고 우려했다.


가상준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교수도 "검ㆍ경 갈등 같은 문제를 보면 무조건 내 의지만 관철시키려 해 공회전이 거듭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협상을 통해 내줄 건 내주고 받을 건 받는 관용과 타협의 자세, 객관적인 제3자의 중재역을 인정하는 수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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