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트랙 전략'으로 저축은행 연착륙 속도낸다
[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 이광호 기자, 이지은 기자]금융위원회가 4일 내놓은 하반기 저축은행 정상화 추진방안은 고강도 경영진단을 통해 될성싶은 떡잎은 자본확충 지원 등으로 구제해주되 가망이 없는 곳은 신속 투명하게 정리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귀결된다. 시장 불안 최소화를 위한 저축은행 연착륙 방안이 꾸준히 추진된 가운데 이번 조치는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최후 통첩'으로 읽혀지지만, 무게 중심은 여전히 업계 연착륙에 쏠렸다.
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한 4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 매입, 캠코가 이미 사들인 PF채권 사후정산 기한 연장, 저축은행 국제회계기준(IFRS) 적용 5년 유예 조치에 이어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당국 기준치인 5%에 미달되더라도 최대 1년까지 정상화 기회를 부여했다. 여기에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지기 위한 전제조건도 까다로워 실제 구조조정 효과를 제대로 거둘 수 있겠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옥석가리기 본격화(?),,연착륙에 초점=금융당국은 이달부터 두달 동안 85개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진단을 실시하고 오는 9월 하순 정도에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조치를 부과한다. 이 기간 동안 원칙적으로 저축은행 추가 영업정지 조치는 내려지지 않는다. 진단 기준은 저축은행의 자산건전성 및 BIS 비율이다.
BIS 비율이 당국 적기시정조치 부여 기준인 5% 보다 낮을 경우에는 경영개선계획을 제출해 처분을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라도 BIS비율이 3~5%면 6개월, 1~3%인 경우라도 최대 1년 동안의 정상화 기회를 부여받게 된다.
사실상 자구불능 판정을 받았던 BIS비율 1% 미만 저축은행들도 경영개선계획이 경영평가위원회(이하 경평위)의 승인을 받으면 정상화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도록 했다. 영업정지는 BIS비율 1% 미만, 부채의 자산 초과, 경평위 불승인이라는 조건에 모두 해당되어야 한다.
이에 대해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이번 정상화 추진방안으로 영업정지 조치를 받는 저축은행은 10곳도 안될 것"이라며 "부동산 경기 및 소비자 금융이 침체된 상황에서 앞으로 상당수 저축은행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많은 만큼 다소 미흡한 조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BIS비율 5% 이상의 정상 업체에 대해서는 금융안정기금을 통해 자본확충을 지원한다. 저축은행이 자본확충을 신청하면 정책금융공사가 심사하고 공적자금위원회가 승인해 집행하게 된다. 당국은 무보증 금융안정기금채권을 발행해 재원을 마련하며, 지원규모 및 시기 등은 경영진단 추이를 보고 향후 결정할 계획이다. 단 저축은행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당국은 대주주 측에 배당 및 급여 제한 등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요구키로 했다.
◆예금자 불안심리 최소화=살릴 수 있는 저축은행은 최대한 끌어안고 가겠다는 금융당국은 예금자 동요를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도 내놓았다. 우선 경영진단 과정에서 시장 불안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9월 하순 경영진단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뱅크런으로 부득이하게 영업을 정지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부실을 이유로 영업정지 조치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영업정지 저축은행 예금주들이 되돌려받을 수 있는 돈도 두 배 이상 늘어난다. 현재 저축은행이 영업정지 되면 2000만원 한도 내에서 가지급금을 받고 있지만, 앞으로는 예금담보대출을 포함해 4500만원 한도내에서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돌려받는 과정도 간소화되고 환급 기간도 영업정지 후 2주에서 4영업일로 대폭 단축된다. 원금 손실 공포를 없애 대규모 예금인출(뱅크런) 발생 가능성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배준수 금융위 중소금융과장은 "시장안정대책으로 예금 중도해지로 낮은 이자를 받아 금전적으로 손실을 보는 사례도 상당부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업계 긴장 속 진단 대비 분주=저축은행 업계는 금융당국의 경영진단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어느 정도 선에서 넘어갔지만 올해는 당국이 저축은행 문제로 이미지에 손상을 입은 상태로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특히, 지난달 캠코 PF 부실채권 매각 규모가 당국 기대치를 밑돈 상황에서 고강도 경영진단이 실시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진 저축은행들은 더욱 답답한 상황이다.
저축은행업계 모 관계자는 "상반기 실적 결과 적자저축은행이 31개사에 달하고 영업정지 저축은행을 포함해 업계 평균 BIS비율도 7%대로 하락한 상태"라며 "이런 가운데 PF부실채권을 넘기지 않은 저축은행들은 더욱 초조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6월 결산에 생각보다 많은 저축은행들이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HK저축은행은 올해 300억원 정도 흑자를 예상하고 있으며, 동부저축은행 등 PF사업장이 없거나 비중이 낮은 저축은행들도 흑자가 예상되고 있다.
이광호 기자 kwang@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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