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프렌들리 외친 한나라, 재벌비판당으로?
[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한나라당의 변신은 무죄? 현 정부 출범 초기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내세우며 비즈니스 프렌들리 원칙을 강조해왔던 한나라당의 기류가 최근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주요 정책과 현안을 놓고 대기업에 대한 비판적 기류가 거세다. 대표적인 친기업 기조인 감세정책과 관련, 추가감세 철회 움직임이 뚜렷하고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당내 개혁파를 중심으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재벌, 北 세습체제 능가" 정두언-정태근, 재벌비판 쌍두마차
정두언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과 정태근 의원은 한나라당 내에서 재벌개혁 쌍두마차다.
정 전 최고위원은 26일 보도자료에서 '대기업' 대신 '재벌'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지금 우리나라에서의 재벌은 무소불위의 절대권력을 행사한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 북한의 세습체제를 능가하는 세습지배구조 ▲조카며느리까지 기업을 확장하는 문어발식 족벌경영 ▲ 족벌기업 일감몰아주기 및 주가띄우기 ▲ 비정규직 양산의 주범인 중소기업 쥐어짜기 ▲ 영세자영업자의 영역까지 파고드는 소위 '통큰' 사업 등 대기업의 부정적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면서 "재벌은 서민경제를 파탄내면서 양극화를 심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법인세 감세 철회에 대한 재계의 반발과 관련, "재벌이 이젠 정치권에까지 절대권력의 힘을 미치려 하고 있다"며 "재벌을 이대로 두고서 선진국 진입을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수호천사를 자처하는 정 의원은 "30대 재벌 그룹의 계열사가 2006년 1월 500개에서 2011년 1087개로 늘어났다. 문어발이 아니라 지네발"이라며 "사회적 문제가 된 대형마트는 물론 소모성자재(MRO)유통, 피자체인점, 빵집, 커피전문점, 떡볶이·꼬치구이 체인점, 와인 수입·유통, 골프교실운영 등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영역까지 뛰어들어 무차별적으로 시장을 빼앗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또한 29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의 대중소기업 상생 공청회에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의 출석을 강하게 압박해왔다.
대기업 비판 움직임에는 7.4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권주자들도 가세했다. 유승민 후보는 출마선언문에서 "약육강식의 자본주의는 한나라당의 갈 길이 아니다. 대기업은 말로만 사회적 기여를 떠들 게 아니라 청년에게 하나라도 일자리를 더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큰 사회적 기여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경필 후보도 "자기 기업과 가족만 위하는 대기업의 이기적 태도가 보수 전체를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 때리기 나선 한나라 왜? '내년 총선 걱정'
한나라당이 연일 대기업 때리기에 나선 것은 차기 총선을 고려한 측면이 크다. 골목상권 잠식, 중소기업 영역 침범, 편법세습 등 대기업의 부정적 측면에 대한 영세자업자와 서민들의 반감이 크기 때문. 특히 4.27 재보궐선거 참패에서 나타난 민심이반을 확인한 만큼 현 정부 초기 비즈니스 프렌들리 원칙을 고수하기는 힘들게 됐다.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 등 원내지도부 역시 출범 이후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왔다. 한나라당은 특히 지난 16일 의총에서는 소득세와 법인세 추가감세 철회를 사실상 당론으로 확정하는 등 MB노믹스의 핵심 정책도 폐기했다. 대표적인 친기업 정책으로 여겨졌던 저금리 고환율 정책에 대한 수정요구도 나왔다. 이주영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은 27일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당정협의에서 "금리와 환율정책 등이 물가안정에 기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28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총선은 정권심판의 경향이 강한 회고적 경향의 투표가 이뤄지기 때문에 여당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며 "한나라당 개혁파를 중심으로 대기업 개혁 문제가 거론되는 것도 이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50대 이상 중장년층과 영남의 한나라당 지지는 정서적 경향이 크다"며 "한나라당에서 재벌개혁이나 복지확대를 요구해도 급격한 지지이탈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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