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해도 인사동 거리의 먹을거리는 엿, 쥐포, 감자, 호떡 등 다른 시장골목과 다를 게 없었다. 한국적인 볼거리가 많은 '메리의 골목(Mary's Alley)'으로 불리면서 외국인 관광객이 몰리자 식혜, 생과일주스, 한과 등 외국인을 겨냥한 한국적인 음식으로 바뀌었다. 메리의 골목은 인사동을 넘어 삼청동 등 북촌으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 자영업이 어려운 데는 이유가 있다. 2008년 기준 전체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중이 31.3%로 미국(7.4%)ㆍ일본(10.2%)의 서너 배다. 음식점 한 곳당 인구를 보면 미국이 606명, 일본이 177명인 반면 한국은 85명에 머문다. 찾아올 손님이 적으니 박 터지는 경쟁 끝에 얼마 안 가 문을 닫는다. 창업한 지 3년 내 폐업비율이 19.7%로 제조업(5.8%)의 네 배에 가깝다. '사오정(45세 정년)' 등 퇴직자들이 대충 남들 하는 걸 보고 개업한 탓이다.
지난해 6%대 성장률로 경제가 좋아졌다는데도 체감경기가 나쁜 것은 자영업이 몰락해서다. 지난해 말 자영업자는 559만여명으로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605만명)보다 적다. 대형 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공격적인 영업 확장이 산매유통 자영업의 퇴출을 부채질했다.
생각을 바꿔 5000만명도 안 되는 내국인 소비자를 놓고 과당출혈 경쟁을 하지 말고 외국인 관광객과 유학생 소비자를 겨냥한 신사업을 일으키자. 국내에서 '내수'만 살리려 들지 말고 '외수(外需)'를 키우자.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약 900만명, 하루 평균 2만5000명꼴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일본을 앞질렀고 씀씀이도 더 크다. 이 밖에 국내 거주 외국인이 120만명, 외국인 유학생도 8만명을 넘었다.
더 많은 외국인이 한국을 찾고 지갑을 열도록 하려면 서비스산업 활성화는 필수다. 음식점ㆍ산매점 같은 전통 생계형 서비스업 말고 부가가치가 높은 교육ㆍ의료ㆍ관광ㆍ사업 서비스(법률ㆍ회계) 말이다. 당장 영리의료법인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외국인들이 원하는 관광도 하고 치료도 받을 수 있다.
동남아 관광객에게 한국의 하얀 눈은 환상적인 상품이다. 도심에서 전철을 타고 조금만 달리면 오를 수 있는 산이 많은 것도 축복이다. 자본과 유통망을 갖춘 큰 기업 사장님들이 치킨ㆍ피자를 팔거나 떡볶이ㆍ비빔밥ㆍ꼬치구이 체인점까지 열어 골목가게 사장 울리지 말고 '통 큰 외수' 업종과 상권을 개척하길 기대한다. 정부도 괜히 4대강 주변 위락단지에 내국인도 드나드는 카지노를 설치하려는 꼼수를 두지 말고 역대 정권이 그토록 외쳐온 서비스업의 진정한 선진화에 매진해야 한다.
양재찬 논설실장 jay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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