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프리즘]유황입욕제가 자살도구로?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얼마 전 '화학자살'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2000년대 후반 일본에서 개발된 '독가스 자살법'이 인터넷을 타고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생명을 앗아가는 사례가 속속 발생하고 있는 것.
26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계 각지에서 화학자살법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면서 각국은 이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세척제 자살(detergent suicide)'로 불리는 자살이 일본에서 시작된 데 이어 미국으로 번지면서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살법은 '유황 입욕제(욕조 물에 넣으면 유황온천 효과를 내주는 제품)'와 변기 세정제를 섞어 강력한 독가스인 황화수소를 만들어 낸다. 외신들은 뉴욕주 소방 당국자의 말을 인용, 지난 2008년 이래 보고된 78건의 세척제 자살 가운데 최소 80% 이상이 경찰, 소방대원, 이웃주민 등에 피해를 줬다고 보도했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유용하게 쓰이는 석유화학제품이 자살도구로 돌변하는 사례가 많아 사용자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가정용 화학제품 중 가장 위험한 것으로는 방향족 탄화수소가 포함된 석유제품과 세정제 등이 꼽힌다. 이 제품들은 강한 산성이나 알칼리성을 띠고 있기 때문에 마시는 순간 위나 식도를 부식시켜 손도 못댄 채 심각한 고통을 겪다 사망에 이를 수 있다.
국내에서도 세정제를 물에 섞어 약수통에 넣어뒀더가 이를 물로 오인하고 마셔 큰 화를 당한 사례가 종종 보고되고 있다. 부엌에서 쓰는 세척제 제품 뒷면을 보면 '세제를 마신 경우 물을 마셔 토해내거나 눈에 들어간 경우에는 흐르는 물에 씻고 의사와 상의하라'는 주의사항이 적혀있다.
약품상자에 담긴 알약들이 심각한 피해를 안겨주기도 한다. 임신 여성들이 흔히 먹는 철분제를 어린 아이가 과다복용할 경우 위장을 손상시키거나 심장에 과부하를 일으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또 진통제·해열제로 사용되는 아스피린은 대사를 빨리 진행시켜 열이 나고 경련을 일으키다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 타이레놀, 게보린, 펜잘 등 두통약에 들어 있는 아세트아미노펜은 간 독성을 유발해 간성 혼수를 일으키기도 한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일상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석유화학 제품들이 사용자 무지나 부주의로 인해 오용되면서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의약품이나 가정용·공업용 화학제품에 대한 사용법을 숙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소정 기자 s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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