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일반약 슈퍼판매 논의가 보건의료계 갈등구조의 뇌관을 건드렸다. 정부가 이 논의를 '근본적인 의약품 재분류'로 확대시킨 탓이다.


보건복지부가 44개 일반약의 슈퍼판매를 허용키로 한 후 의료계, 약사계, 병원업계 등은 향후 논의에서 각자의 이익을 사수하거나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물밑작업을 펼치고 있다.

제1 피해자로 꼽히는 약사들은 조직적인 실력행사를 경고했다. 김 구 대한약사회장은 정부의 일방적 의약품 재분류에 항의하며 16일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약사회는 이번 달 초 정부에 약속한 '당번약국 5부제' 시행도 사실상 철회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앞으로 정부의 약사법 개정 움직임 등을 지켜보며 5부제 시행 여부를 저울질 하겠다"고 밝혔다.

의사들도 바쁘게 움직였다. 의사협회는 16일 '의약품분류대책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리스트 작성에 서둘러 착수했다. 44개 일반약을 잃은 약사들이 향후 회의에서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병원협회는 이참에 아예 의약분업을 철회하자고 나섰다. 협회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민 서명운동에 돌입하기로 했다. 병협은 "환자가 병원 밖 약국에서 약을 받는 현 의약분업 시스템은 불편하며 큰 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며 병원 내 약국을 설치하는 '선택분업제' 도입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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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1일로 예정된 중앙약사심의위원회 2차 회의는 이 같은 주장이 뒤섞인 첨예한 갈등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약사 측은 박카스 등 일반약을 내준 정부에 강력히 항의함으로써, 향후 논의에서 처방약을 약국으로 가져올 명분확보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반면 의사들은 이에 극렬 반대하며 의약분업 재검토 요구로 논의를 확대시킬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슈퍼판매 논의는 2000년 의약분업 당시 각 단체들이 갖게 된 '피해의식'을 해결하려는 돌파구가 돼 버린 셈이다. 이에 따라 11년만에 제2의 의약분쟁으로 번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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