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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기보배, 고속 승진한 막내의 변신(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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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기보배, 고속 승진한 막내의 변신(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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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릉=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양궁여자대표팀은 최근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베테랑 박성현(전북도청), 주현정(현대모비스), 윤옥희(예천군청) 대신 젊은 피로 팀을 재편했다. 기보배(광주시청)는 새로 바뀐 팀의 기둥이다. 지난 1일 국제양궁연맹(FITA)이 발표한 5월 여자부 리커브 세계 랭킹에서 247,500점을 기록, 1위에 올랐다. 지난해 처음 대표팀에 선발된 뒤로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다. 월드컵과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올해 두 차례 월드컵에서도 단체전 2연패를 달성했다.

그는 주장으로서의 역할도 십분 발휘했다. 함께 선발된 한경희(전북도청), 정다소미(경희대) 등은 이전까지 성인 국제대회 경험이 없었다. 기보배는 밝은 미소와 수다로 새 얼굴들의 긴장감을 조율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필드 밖에서 웃음을 잃는 법이 없다”며 “팀의 활력소”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장영술 양궁대표팀 감독도 “자신의 역할 이상을 해낸다”며 “세대교체의 우려를 긍정으로 탈바꿈시켰다”고 평했다. 7월 토리노 세계선수권의 청신호를 밝힌 기보배를 만나 상승세의 비결과 훈련방법을 알아봤다.
이하 기보배와의 인터뷰

스포츠투데이(이하 스투) 7월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있다. 최근 연습 내용에 만족하나.

기보배(이하 기) 그렇다. 단체전 위주로 활을 쏘는데 이전보다 성적이 크게 올랐다.
스투 단체전에서 가장 먼저 활시위를 당긴다. 첫 번째 사수라는 점이 부담되진 않나.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다. 어차피 다른 선수들과 쏘는 화살 수는 같으니까. 누가 먼저 나서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평정심을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스투 첫 번째 사수로 낙점을 받은 배경이 궁금하다.

자리를 바꿔가며 기록을 체크했다. 그것을 토대로 평균 점수를 매겼는데 내가 첫 번째로 나섰을 때의 점수가 가장 무난했다. 무엇보다 기복이 크지 않았다. (잠시 말을 멈춘 뒤)내가 10점을 쏘면 정다소미도 10점을 기록할 때가 많다. 한경희도 마찬가지고. 그런 확률을 생각하면 조금 부담이 생긴다. 심각한 편은 아니다.

스투 첫 번째 사수의 필수조건으로 강조되는 대담함을 스스로 갖췄다고 생각하나.

늘 해오던 훈련이라 그 여부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훈련을 하며 무뎌진 것 같다. 대담하다고 바라봐주는 대중의 시선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사실 훈련을 하며 노하우를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해야 할 루틴과 자세 유지에 더 신경을 기울인다. 그래야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과녁에 화살을 명중시킬 수 있으니까. 아무래도 그런 점이 대담함으로 비춰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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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점수가 뒤집어지거나 팽팽한 상황에서 놀라운 집중력을 발휘하는데.

그런 상황을 즐기는 편이다. 관중이 빼곡 들어찬 필드 중앙에서 활시위를 당길 때마다 행복을 느낀다. 외국에서 양궁의 인기는 상당하다. 환호와 야유가 뒤섞여 나온다. ‘떨리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전혀 느끼지 못한다. 그저 무대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럴 땐 즐겨야 한다(웃음).

스투 대표팀에서 마련한 번지점프, 국군정보사령부 훈련장 체험 등의 담력훈련을 겪은 덕이 아닐까.

번지점프는 무서웠다. 밑에서 올려볼 땐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50m 위에 서 보니 장난이 아니더라. 타이밍을 놓쳐 결국 뛰지 못했다. 15분 동안 끈을 묶었다 풀기를 반복했는데, 나중에는 직원 분이 짜증을 냈다. 그 갈등하는 시간동안 충분히 담력을 쌓았다고 생각한다(웃음).

스투 목동구장에서 치른 소음 적응훈련은 어땠나.

큰 도움이 됐다. 구장이 꽤 넓었다. 관중도 많았고. 소음까지 심하다보니 실제 경기에 나선 것 같았다. 관중들이 야유를 보내지도 않았는데 결승에 선 듯 긴장이 됐다. 심장이 얼마나 쿵쾅거렸는지 모른다. 지금 생각해보니 양궁대표팀이 야구장을 찾았다는 것만으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켜 부담이 생긴 것 같다. 그 때문인지 남자팀과의 경기에서도 3점차로 졌다.

스투 실수 발을 줄이는 자신만의 비결이 있다면.

루틴 유지다. 나만의 자세를 유지하면 확실히 오발이 덜 생긴다.

스투 루틴을 공개해줄 수 있나.

활시위를 당길 때 고개가 들리지 않도록 노력한다. 조준점도 끝까지 보고. 아마 모든 선수들이 루틴을 하나씩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는 중학교 때 처음 만들었다. 다른 친구들에게 물어보며 지금의 왼팔 위치를 잡았다.

스투 지난해 국가대표에 처음 발탁됐다.

주니어 세계선수권 출전 때만 해도 감흥이 없었다. 그냥 대회에 나간다는 생각뿐이었다. 국가대표는 달랐다. 태극마크가 달린 까닭인지 사명감이 생겼다. 내 자신이 자랑스러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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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선배들로부터 따로 조언을 받은 게 있다면.

노하우를 터득한 건 없다. 윤옥희 선배는 집중력이 뛰어나다. 언제 어디서든 10점을 맞출 수 있을 능력을 갖췄다. 그 원동력을 배우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웃음). 그래도 다행이다. 주현정 선배를 보며 자신감을 익혔다. 선배는 늘 쾌활하고 긍정적이다. 내 성격보다 더 그러하다. 말과 행동 그리고 리더십을 많이 배웠다. 나중에 그 자리에 오른다면 꼭 주현정 선배 같은 사람이 되어 후배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

스투 국가대표 발탁 뒤 기술적으로 향상된 부분이 있다면.

호흡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보통 호흡을 밑으로 내쉬고 활을 겨냥하는데 어렸을 때 이 부분을 익히지 못했다. 그간 기본을 놓치고 양궁을 배워온 셈이다. 유소년 때만 해도 가슴이 들릴 때마다 9시 방향으로 실수 발이 생겼다. 그 부분이 크게 향상됐다.

스투 한국은 양궁 강국이다. 대표팀에서 활동하며 부담을 느낀 적은 없나.

선배들이 항상 양궁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국제대회 경험도 털어놓고. 그러면서 늘 강조한 것이 부담 탈피다. 연습한대로만 하면 좋은 성적이 나올 거라고 했다. 기술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자신들만의 무기라서 잘 가르쳐주지 않았다. 충분히 이해한다. 나 같아도 그럴 것 같으니까(웃음).

스투 어느덧 대표팀의 주장이다. 삽시간 입장이 뒤바뀌었는데.

후배들에게 이야기를 많이 해주는 편이다. 특히 막내 한경희는 이제 19살이다. 컨트롤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최근 “당장의 대회보다 멀리 보고 마음의 여유를 가져”라고 자주 조언한다. 양궁은 조바심을 버려야만 성공할 수 있다.

스투 연습 때 7, 8점을 맞추면 조바심이 날 수도 있는 것이 양궁 아닌가.

실수 발에는 뭐든 이유가 있다. 그 원인을 찾지 못하면 괴로워진다. 생각을 거듭하게 한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동료들의 조언이다. 스스로 해결책을 터득하는 선수도 있다. 하지만 동료들과 지도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면 보다 빨리 부진에서 탈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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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대표팀의 하루 일정이 꽤 빡빡한 편인데.

늘 새벽에 일어난다. 그래서 잠이 부족하다. 밤 10시만 되면 눈을 붙인다. 드라마를 멀리한 지 꽤 오래 됐다. 친구들이 다 봤다는 SBS ‘시크릿가든’도 보지 못했다. 잠이 더 중요하다. 충분한 수면을 갖지 못하면 다음날 운동에 지장이 생긴다. 기분도 안 좋아지고. 8시간 이상은 꼭 자야 한다.

스투 이전에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났나.

광주시청에 입단한 뒤부터 그랬다. 광주여대 시절만 해도 인터넷 등을 확인하며 잠에 늦게 들었다. 지난해 그런 생활은 모두 청산했다. 솔직히 대학 시절 내내 힘들었다. 수업을 거의 빼먹어 본 적이 없다. 공부를 마치면 바로 필드로 나가야 했고. 남들처럼 여유를 부려본 적이 없었다. 늘 시간에 쫒기는 삶의 연속이었다.

스투 그렇게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광주여대에서 실력이 많이 향상됐다. 특히 오른쪽 슈팅이 강해졌다. 그 뒤부터 높은 점수를 많이 쏜 것 같다. 실수 발의 폭도 줄어들고.

스투 국제대회 출전 때 수면 때문에 애를 먹을 것 같다.

그런 적은 없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때 윤옥희 선배와 한 방을 썼는데 다행히 잠이 많았다. 밤 10시가 되면 바로 불을 껐다. 광저우 땅만 밟고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웃음).

스투 다른 종목 선수들은 관광도 즐기고 돌아오던데.

너무 피곤해서 빨리 돌아오고 싶은 마음밖에 안 든다. 호주 전지훈련 때 바닷가 근처에 위치한 산을 오른 적이 있는데 중턱에서 바람을 쐬고 온 게 유일한 관광이었다.

스투 국제대회에서 가장 견제하는 선수가 있다면.

중국 선수들이다. 타겟 밑에 점수판이 있는데 내 점수보다 먼저 확인하게 된다. 그런데 그 선수들은 나를 견제하지 않는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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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경기를 치르며 친분을 맺은 선수는 없나.

없다. 태릉선수촌에서도 친구를 만들고 싶은데 다들 낯을 가리는 것 같다. 모든 종목의 선수들이 친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나마 인사를 하는 선수가 배드민턴의 이용대다. 주현정 선배가 의무실에서 소개를 시켜줘 처음 알게 됐다. (잠시 말을 멈춘 뒤)수영의 정다래와 친하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뒤 방송에 함께 출연하며 친분을 쌓았다. 숙소 1층에 함께 거주하지만 자주 만나진 못한다. 서로 훈련에 치여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시간조차 거의 없다.

스투 태릉선수촌에서 웨이트 트레이닝 등의 훈련도 함께 병행하는데.

23-25kg의 벤치프레스를 소화한다. 봉만 든다고 보면 된다(웃음). 체육과학연구원에 적당한 무게를 측정해주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는데 여자양궁팀만 데이터를 받지 못했다. 20kg도 들지 못한 탓이다. 물론 양궁은 근육을 키우는 운동이 아니지만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스투 훈련 속에서 자신의 유형을 잘 찾아나가는 것 같다.

모르면 바로 물어보는 편이다. 그래서 지금의 자리에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의 자세에 만족한다. 그래서 큰 이상이 없는 한 변화를 주지 않을 생각이다.

스투 양궁 관계자들 대부분이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라고 입을 모은다. 스트레스나 부담 등을 바로 풀어버리는 편이가.

그렇다. 안 좋은 일이 있어도 금방 툴툴 털어낸다. ‘안 되면 말자’라고 생각하면 한결 편해지는 것 같다. 실수 발이 나오면 내 자신에게 화가 난다. 자꾸 머릿속에서 오발이 맴돈다. 경기에서 그런 일이 생기면 자존심까지 상한다. 하지만 잠을 설치거나 억울해하진 않는다. 다음날이 되면 그대로 모두 잊어버린다.

스투 그런 마음가짐이라면 2012 런던올림픽도 문제 없을 것 같다.

눈앞에 놓인 7월 토리노 세계선수권이 우선이다. 런던올림픽 출전권이 걸렸다. 침착하게 활시위를 당겨 선배들이 이뤄놓은 강국의 면모를 이어가도록 노력하겠다. 많은 분들이 양궁을 사랑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럼 더욱 힘을 얻을 것 같다.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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