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의원 기자] 최근 세계은행(WB)이 경기 과열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졌다면서 신흥국에 금리인상을 주문했다. 하지만 정작 신흥국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이 10일 보도했다.


인도 뉴델리의 한 시장에서 가족을 위해 장을 보고 있는 우파다야씨는 “인플레이션은 먹고 싶은 야채와 과일을 포기하는 것”이라면서 “우리 가족은 예전보다 덜 쓰고 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과일 가격이 많이 올라 “사과는 1kg당 100루피(2.24달러ㆍ약 2400원)고 바나나는 30루피”라면서 “과일은 아이들을 위해서만 구입한다”고 덧붙였다.


인도 과일 가격은 공식 인플레이션 기록인 9.41% 보다 훨씬 더 빠르게 오르고 있다. 바나나 가격은 1년 동안 절반이 올랐고 염소치즈 일종인 파니르는 26%가 올라 현재 kg당 145루피다.

FT는 그러나 최근 수확량이 좋아지면서 토마토와 감자 등 주요 식료품 가격이 내렸다면서 이러한 추세는 비단 인도뿐 아니라 아시아 전반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동부지역에 내린 폭우로 식료품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다시 정상 수준을 회복하고 있다. 렐리 루스탐 자카르타 야채 거래상은 “폭우로 칠리고추 가격은 7배가 올라 kg당 8.2달러를 웃돌았지만 최근 1달러선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전날 6.75%로 금리를 동결하면서 식료품 가격이 지속적으로 안정을 되찾아가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감소하면서 금리를 동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 4월 6.16%에서 지난달 5.98%로 떨어졌다. 한국은 3월 4.7%에서 4월 4.2%로 낮아졌다. 중국도 같은 기간 5.4%에서 5.3%로 하락했고 지난 4월 인플레이션이 4.5%였던 싱가포르는 지난 8일, 올해 연평균 인플레이션을 4.1%로 예상했다.


물론 아시아 모든 국가에서 물가가 하락한 것은 아니다. 홍콩 CPI는 지난 4월 4.6%로 전월대비 0.2% 올랐다. 태국은 4월 3.27%에서 지난달 4.19%로 상승했다. 베트남은 지난 3월 17.5%에서 4월 19.8%로 뛰었다.


근원CPI도 우려 대상이다.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 등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근원CPI는 일부 국가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변하지 않는데 말이다.


시장전문가들은 그러나 아시아지역의 인플레이션이 둔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버트 프라이어-완데스포드 크레디스위스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상황을 고려할 때 멀지 않은 시기에 인플레이션이 완화 곡선을 그리는 것은 유행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흥국 은행들의 서프라이즈인덱스(surprise index)도 5월 중반 들어 감소하기 시작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있다는 관측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서프라이즈인덱스는 발표되는 경제지표와 예상치의 차이를 나타내는 지표로 인플레이션이 시장전문가들의 예상보다 더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FT는 미국 달러 대비 신흥국들의 통화 절상이 수입물가를 낮추는데 일조했다는 점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또한 최대 수출시장인 미국 경제성장 둔화가 신흥국 수출을 감소시키면서 경기과열을 식혔다고 분석했다.


하이팜 ANZ 아시아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의 긴축 통화정책이 내수 감소의 원인이 됐다”면서 “인플레이션이 최악인 베트남조차 통화정책을 사용하면 인플레이션이 15%대로 내려갈 기회가 있다”고 밝혔다.


홍콩HSBC의 프레데릭 뉴만 아시아이코노미스트 “그러나 신흥국에서 인플레이션 문제가 완전히 사라질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없다”면서 “인플레이션이 완화된 것은 인정하지만 인플레이션은 아직 과소평가돼 있어 각국 중앙은행의 면밀한 관찰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구조적으로 가격인상 압력은 여전히 아시아의 위협요인이며 경제가 성장모드로 재진입하게 되면 또다시 불거질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플레이션 완화로 신흥국들은 그간 고삐를 죄던 금리인상 정책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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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금리를 6.75%로 동결했다. 지난 2009년 10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총 7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호주도 지난 7일 금리를 4.74%로 동결했다. 인도는 지난해 초 이후 9번이나 금리를 인상했지만 경제전문가들은 앞으로 금리인상이 1번 이상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산자이 마더 RBS 이코노미스트는 인도의 국내 수요와 투자 약세를 이유로 들면서 “인도 긴축정책이 마지막 단계에 와있다고 생각한다”고 진단했다.


이의원 기자 2u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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