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자문형신탁 진출, 증권사에 毒 아니다
증권사가 운용을 담당하는 ‘자문형랩’은 2009년 중순 한투증권과 삼성증권에서 처음 출시된 이후 2010년에는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참여하는 성장기를 거친 후, 올해 6월부터 주요 은행들이 ‘자문형 신탁’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를 시작하고 있다.
일부 금융분석가들은 거대한 판매망을 갖춘 은행이 자문형신탁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증권사들의 자문형랩 업무영역이 위축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최근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 증권주를 매도하고 있는 것도 자문형랩 시장에서 증권사의 역할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다른 분석가들은 증권사에 부정적이지 않다는 분석을 하기도 한다.
그동안 틈새상품이라고 여겨졌던 자문형랩 시장이 은행이 본격적으로 진출함에 따라 주요 금융상품 영역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는 측면이 금융상품시장에서 긍정적인 뉴스라고 받아들이고 있으며, 은행고객과 증권사 고객군이 어느 정도 분리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미 2년 이상 자문형랩에 대한 운용역량이 갖추어진 증권사가 은행권의 자문형신탁 진출에도 불구하고 불리한 위치에 있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문형랩이나 자문형신탁은 자문사에서 제공하는 투자종목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증권사와 은행에서 직접 운용을 담당하는 금융상품이다.
주식형펀드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운용에 직접 반영하지 못하는 ‘공급자 중심의 금융상품’이었다면, 자문형랩이나 자문형신탁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운용에 반영하는 ‘수요자 중심의 금융상품’이기 때문에 운용을 담당하는 금융회사와 고객 간의 의사소통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런 측면을 고려한다면 기존에 자산관리 역량을 미리 준비하지 못한 은행보다는 2~3년간의 자산관리 역량이나 운용역량을 준비한 주요 증권사가 자문형랩이나 자문형신탁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상당기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증권사에도 어느 정도 위험요인이 있다. 금융회사에서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미 잘 훈련된 운용인력이나 영업인력을 은행에서 스카우트해갈 경우 고객과 우수인력의 유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잃게 될 가능성이 있다.
기고: 신긍호 한국투자증권 고객자산운용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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