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2일은 문화재청이 전신(前身)인 문화재관리국에서 출범한 지 50돌 되는 날이다. 그래서 외규장각 도서의 반환을 바라보는 문화재청의 기쁨은 더욱 남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문화재 관리시스템이 현대적으로 제도화된 지 반세기 역사를 맞는 셈이다. 문화재청은 50년사 편찬이나 문화유산을 모티프로 하는 패션쇼 등 여러 가지 기념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문화재의 외관 보존에 치중했던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 내재하는 가치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해 보여주려는 노력이 가시화되고 있다. 외규장각 도서를 디지털화해 온 국민이 가정에서도 손쉽게 열람할 수 있도록 온라인 서비스를 개시하는 것도 시대의 변화를 담아내고자 노력하는 문화재청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온고지신의 정신을 새로운 비전으로 담아내기 위한 다짐일 것이다.
어제를 담아 내일에 전하는 그릇의 성격이나 의미에 관해서는 올해 여러 차례의 치열한 토론을 통해 다듬어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문화재 정책의 진화방향에 맞추어 몇 가지 논점을 예시해 볼 수 있다. 먼저, 과거와 우리 시대의 가치를 담아내는 데 '포용과 관용'이 전제되어야 한다. 편견이나 집단주의가 개입하면 후손들의 가치판단을 방해하게 된다. 아픔의 역사, 미움의 역사도 모두 품어야 하는 것이다. 둘째로 통합과 분화가 역동적으로 교차하는 시스템 속에서 문화유산의 가치가 재해석되고 활용되어야 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서로 보완되고 여러 학문분야가 통섭을 이루어야 한다. 유형의 문화재에서 무형의 가치를 찾아내고, 무형의 문화재는 보통 사람들의 눈으로도 선명하게 볼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신뢰와 참여를 통해 문화재 보존에 따른 혜택과 사회적 비용을 공정하게 분배해야 한다. 소통과 신뢰 없이는 개발과 보존이 조화될 수 없다.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하여 문화유산의 가치를 인정하고 바람직한 보존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문화재가 더 이상 문화재청의 전유물이거나 인문학자들의 호기심 대상만은 아닐 것이다. 숭례문이 불에 타자 온 국민이 슬퍼했고, 주요20개국(G20) 정상들이 우리 문화유산을 보자마자 감탄하게 만들었다. 외규장각 도서가 우리의 품에 돌아오자 온 국민이 환호하고 있다. 문화유산 이념과 사상의 이질성을 극복하고 계층과 지역의 갈등을 해소시켜 우리 사회를 더욱 견고하게 통합시켜 줄 기제, 사회적 자본의 한 요소가 된 것이다. 우리 문화재의 새로운 50년 역사를 담아낼 그릇은 우리 시대의 모든 가치를 담아낼 만큼 크고 견고하게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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