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다만 먼저 충족되어야 할 조건이 하나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나라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부정부패의 악습을 뿌리째 뽑아내는 것이다. '끼리끼리 어울려 지들끼리 다 해 먹는' 비합리적 패거리 문화를 도려내는 것이다. 나라가 망하든 말든 '나만, 우리 몇몇만' 잘 살면 된다는 식으로 법을 유린하는 자들을 제대로 응징하는 것이다.
국민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국가는 존재할 수 없다. 이민자들의 나라이자 황량한 벌판에서 식민지로 출발한 미국이 오늘날 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국민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다. 추방, 가난 등의 이유로 조상이 대대로 살던 땅을 떠나온 미국인들에게 새로운 조국은 꿈이고 미래이자 사랑이었다. 그들은 구대륙의 부조리, 그리고 월권과 반칙이 통하지 않는 나라를 열망했다. 때문에 미국인들에게 있어 법을 지키는 것은 숨을 쉬는 것처럼, 밥을 먹는 것처럼 당연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준법의식은 고스란히 애국심으로 승화되었다. 오늘날 공권력에 대한 존경심이나 준법의식은 청교도 정신과 함께 미국을 지탱하는 정신적 지주가 되고 있다.
한 나라가 선진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혈관 속에 불법과 부조리를 배척하고 자유와 정의를 지향하는 맑은 피가 흘러야 한다. 국민들 각자의 마음속에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넘치고, 지도층이 솔선수범하고, 더 가진 자는 덜 가진 자를 위해 양보하는 미덕을 보여야 한다. 나라가 흥하고 망하는 것은 그 나라의 경제발전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생활수준이 낮고 국민소득이 높지 않더라도, 국민 의식이 건강하고 지도층이 솔선수범하고 국민이 지도자들을 존경하는 나라는 쇠하지 않는다. 나라가 크다 해도, 군사ㆍ경제적으로 강하다 해도, 지도자들이 부패하고 법을 무시하고 그로 인해 국민들이 고통받는 나라는 오래 가지 못한다.
우리는 과거를 미루어 앞날을 예측한다. 건국 후 우리 국민은 쉬지 않고 피땀 흘려 열심히 일하여 산업화를 이루었고, 자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투쟁에 앞장서 민주화를 이루었다. 이제 남은 것은 우리 대한민국의 선진화이다. 그러나 현주소로 보아 선진화는 산업화나 민주화보다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그 이유는 부산저축은행 사태에서 보듯이 우리 사회 곳곳에 지도층의 부정부패와 반칙과 월권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 가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하루속히 부정부패를 뿌리 뽑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선진화가 영영 물 건너 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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