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증자 통해 대형 IB육성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금융당국은 자기자본 4조원 안팎인 증권사를 투자은행(IB)으로 지정하고 기업대출, 프라임브로커 업무 허용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키로 했다.


증권사들 간의 인수합병(M&A)이나 유상증자 등을 통해 대형IB로 육성키 위해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의 우리금융 인수를 위한 길 터주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자기자본이 2조원대에 불과한 증권사가 IB가 되려면 2조원대의 증자 또는 증권사간 M&A 외엔 길이 없다.


산은이 우리금융을 인수할 경우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 간의 합병이 이뤄질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1일 자본시장 제도개선을 위한 민관합동위원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투자은행 육성방안을 논의했다.


김학수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장은 “일정한 자기자본 기준을 충족하는 대형 투자은행에 대해서는 헤지펀드 관련 프라임브로커 업무를 허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쟁력 있는 투자은행을 육성하기 위해 기존 증권사 간 자발적인 M&A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프라임 브로커란 증권대차, 대출, 펀드재산 보관관리, 청산 결제, 매매 체결 등 종합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말한다. 이 중 헤지펀드에 대한 신용공여, 펀드 재산의 직접 보관관리 등 리스크가 큰 업무는 위험 관리 능력이 있는 대형 투자은행에만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증권대차, 매매체결·결제 등 개별적인 프라임 브로커 업무는 일반 증권회사가 다룰 수 있게 된다.


금융위가 제시한 IB 기준은 국내 대형 증권사들의 현재 자본금 규모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어서 프라임브로커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삼성, 대우, 현대, 우리, 한국 등 대형 증권사들 대부분이 사업구상을 수정해야 할 형편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대우증권의 자기자본이 2조9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삼성(2조7300억원) 현대(2조6500억원) 우리투자(2조6000억원) 한국투자증권(2조3900억원) 등의 순서다. IB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2조원 가까이 자본금을 늘리는 증자를 단행하거나 서로간의 M&A를 통해 덩치를 키우는 수밖에 없다.


증권업계에선 금융위의 IB육성방안을 놓고 산은금융지주가 우리금융지주를 인수하기 위한 길을 터준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산은이 우리금융을 인수하면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합병을 통해 5조5000억원에 달하는 대형IB가 탄생되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위가 IB로 지정된 대형증권사에게만 기업에 대한 여신제공을 전면허용하고, 연내 출범예정인 헤지펀드 프라임브로커리지 업무도 우선권을 주는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 것도 이런 해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석동 위원장도 그동안 글로벌 IB의 필요성은 강조하면서 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합병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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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업계에서는 자기자본을 기준으로 한 대형화가 정답은 아니라는 시각이다. 단순히 덩치를 키워서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IB와 견줄 수 있는 노하우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


모 증권사의 고위 임원은 “일본의 노무라 증권이 리먼브러더스를 인수해 글로벌IB로의 성장을 꾀했지만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고만고만한 증권사 간의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만 키워서는 수십년간 노하우를 쌓아온 글로벌 IB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규성 기자 bob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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