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어제 태평양제약, 영진약품 등 9개 제약회사들이 지난 2006~2010년 400억원대의 부당 판촉활동(리베이트)을 벌인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적발된 업체들은 병ㆍ의원에 자기 회사의 약품을 처방하는 대가로 의사들에게 현금이나 상품권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수시로 골프ㆍ식사를 대접하고 컴퓨터, TV, 냉장고 등도 무료로 주었다. 심지어는 외상 약값을 깎아주거나 학술논문 번역을 의뢰하고 통상의 150배나 번역료를 지급하기도 했다고 한다. 정부가 리베이트를 근절시키겠다고 말해 왔지만 근절되기는커녕 수법이 지능화한 것이다.


문제는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이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 업체에 대한 조사는 모두 퇴직한 영업사원의 내부고발로 진행됐다고 한다. 복제약의 차별화가 안 된 상태에서 리베이트를 제공하지 않고는 판매를 확대하기 어려운 제약업계의 현실에서 전수조사를 한다면 규모는 한층 커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리베이트를 받은 병ㆍ의원이 제재 대상에서 빠진 것도 문제다. 업체들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병ㆍ의원은 연세의료원, 삼성병원, 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고려대병원, 한양대병원 등 국내 굴지의 대형 병원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리베이트를 받은 시점이 제약회사와 의사 모두를 처벌하는 쌍벌죄의 발효일(지난해 11월28일) 이전에 벌어진 일이라는 이유로 그냥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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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이트는 의약품 가격에 얹어져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지출 부담을 늘리는 폐해가 있다. 특히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 주범이기도 하다. 2007년 한 해만 해도 리베이트에 따른 약값 상승 등으로 소비자 피해가 연간 2조~3조원에 이른 것으로 공정위는 추정했다. 지난해 건보재정 적자 1조3000억원을 메우고도 남는 금액이다.

복제약으로 의사들의 선택에 매달려 리베이트로 판매를 확대하려 한다면 제약업계의 앞날은 어둡다. 연구개발에 힘써 독자적인 신약 개발로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아울러 리베이트의 한 축인 의료계도 약품명 처방이 아닌 성분명 처방을 해 소비자가 약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상시 단속을 벌이고 쌍벌죄를 엄격히 적용해 리베이트 근절 의지를 보여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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