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대학 등록금의 대폭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황우여 원내대표는 어제 "대학등록금을 최소한 반값으로 했으면 한다"고 운을 뗐다. 여당 내에서 의견을 모아 6월 국회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건 '반값 등록금' 정책을 여당이 뒤늦게나마 추진한다는 소식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특히 자녀 등록금에 허리가 휘는 서민들이야 두 손 들어 환영할 것이다. 대학 등록금은 지난 5년간만 해도 30%나 올랐다. 같은 기간 전체 물가상승률인 16.1%를 거의 두 배나 웃도는 것이다. 대학생 자녀를 두 명 두고 있는 가정에서는 연간소득의 3분의 1 정도를 등록금으로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아들과 딸 두 자녀를 대학생으로 둔 가정에서는 아들은 군대를 보내는 식으로 겨우 등록금을 댄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는 반값 등록금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웠지만 '빈말'이라는 비난을 들으면서도 그동안 손을 못 대왔다. 막대한 재정부담 때문이다. 임기 3년이 지난 후 여당이 이 공약을 다시 꺼내든 것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와 4ㆍ27 재보선에서의 뼈아픈 패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반값 등록금을 비롯한 민주당의 무상복지 정책을 포퓰리즘으로 매도하다 여당이 뒤늦게 대선공약을 지키겠다고 하는 것은 진정성에서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갑자기 추진하겠다는 명분의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을 짚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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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원내대표 말대로 대학도 무상교육 시키는 나라도 있다. 그러나 이런 나라들은 대학 입학 자격이 까다롭고 엄격하게 평가해 졸업이 쉽지 않다. 입학은 어렵지만 졸업은 쉬운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나라는 학력 인플레가 심한 상태다. 등록금을 낮춰줄 경우 대학 진학 욕구를 더 높이는 부작용도 생길 것이다. 대학 교육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큰 그림도 없는 상태에서 불쑥 선심용으로, 졸속으로 반값 등록금을 추진한다면 문제다.

반값 등록금에는 최소 연간 5조~6조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재정 부담을 이유로 지금껏 미뤄 왔는데 앞으로 어떻게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것인지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먼저 재정 형편을 살피고 대학교육의 장기 계획을 세운 후 등록금 인하를 신중히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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