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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철의 인사이드스포츠] 남자 배구,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런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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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포츠에서 여성의 비중은 만만치 않다. 특히 구기 종목에서는 여성의 활약상이 대체로 남성에 앞선다. 핸드볼, 하키, 농구, 배구 그리고 최근 20세 이하 연령대별 대회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고 있는 축구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의 올림픽 첫 구기 종목 메달(동)은 여자 배구가 획득했다. 스포츠 팬들은 대부분 이때 이후 남자 배구가 여자 배구에 상대적으로 뒤지는 성적을 각종 국제 대회에서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그 이전부터 여자 배구는 국제 대회에서 남자 배구보다 좋은 성적으로 올리고 있었다. 세계선수권대회의 경우 남자는 1949년, 여자는 1952년 제1회 대회가 각각 체코슬로바키아와 소련(러시아)에서 열렸다.
한국은 1956년 프랑스에서 열린 제3회 세계남자선수권대회에 처음 출전해 20개 출전국 가운데 18위에 그쳤다. 여자는 1967년 일본에서 벌어진 제5회 세계선수권대회에 처음 출전해 곧바로 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 대회에는 당시 세계 여자 배구를 주름잡고 있던 소련, 폴란드, 루마니아, 체코슬로바키아 등 사회주의 나라들이 대거 불참해 일본, 미국, 한국, 페루(이상 성적 순) 등 달랑 4개 나라가 대회를 치렀다.

이후 남자는 1978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제9회 대회 3위 결정전에서 쿠바에 1-3으로 져 4위에 오른 게 세계선수권대회 최고 성적이다. 여자도 같은 해 소련에서 벌어진 제8회 세계선수권대회 3위 결정전에서 소련에 1-3으로 져 4위를 차지했다. 여자는 이에 앞서 1974년 브라질에서 열린 제7회 대회에서 일본과 소련에 이어 3위에 오르며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을 예고했다. 이후 1980, 90년대는 물론 2000년대에 들어서서도 여자가 남자보다 앞선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여자에 밀리고 있지만 남자 배구도 한때 세계 수준에 접근했을 때가 있었다. 대학 대회이긴 하지만 1979년 멕시코시티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배구 팬들은 프로배구 V리그 2006-07 시즌에 활약한 현대캐피탈의 숀 루니와 LIG의 프레디 윈터스, 두 외국인 선수를 기억할 것이다. 두 선수는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페퍼다인대학교에서 함께 뛴 동료였다. 페퍼다인대학교는 2005년 5월 벌어진 NCAA(미국대학체육협회) 남자 배구 결승전에서 시즌 최우수선수인 루니의 맹활약에 힘입어 라이벌 UCLA를 물리치고 1992년 이후 13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페퍼다인대학교도 유명하지만 미국 남자 대학 배구의 대표 주자는 UCLA다. 데이브 손더스, 스티브 새먼스, 카치 킬라리 등 UCLA 출신 선수들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과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미국이 2연속 우승할 때 주역이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대회에는 1980년 모스크바 대회 우승국이자 배구가 처음으로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된 1964년 도쿄 대회 이후 단 한번도 메달권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는 소련이 출전하지 않아 미국의 우승에 물음표를 다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미국은 4년 뒤 열린 서울 대회 결승전에서 소련을 3-1로 눌렀다. 소련은 1980년을 전후한 시기 세계 최고의 공격수 알렉산드르 사빈이 빠져 전력이 다소 떨어져 있긴 했다. 그러나 미국은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이후 1985년 월드컵과 1986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해 명실상부한 남자 배구 강국으로 큰소리칠 수 있었다.

1980년대 중반 미국 남자 배구는 랑핑이 이끄는 중국 여자 배구와 함께 세계 배구를 휩쓸고 있었다. 막강한 전력의 미국이 두려워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이때 한국 남자 배구는 1979년 하계 유니버시아드대회 금메달 멤버인 이인, 강만수, 강두태(작고), 장윤창, 차주현, 이희완 등에 이종경, 양진웅, 정의탁, 문용관, 노진수 등 신예가 가세해 한국 남자 배구 사상 최고의 전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로스앤젤레스 대회에서 올림픽 메달에 도전했다.

한국은 조별 리그 A조에서 미국에는 0-3으로 졌으나 튀니지를 3-0, 강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각각 3-1, 3-2로 꺾는 등 선전해 4강 진출을 눈앞에 뒀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 4강전을 거쳐 결승전에서 한국과 만나는 게 부담스럽다고 본 미국이 주전을 모두 빼고 브라질에 0-3(10-15 11-15 2-15) 져주기 경기를 하는 바람에 브라질, 미국, 한국이 3승1패 동률이 됐다. 세트득실률, 포인트 득실률 등을 따져 한국은 조 3위로 밀렸고 4강에 오르지 못했다.

스스로 원해 A조 2위가 된 미국은 준결승전에서 B조 1위 캐나다를 3-0으로 완파한데 이어 B조 2위 이탈리아를 3-1로 제치고 올라온 브라질과 결승에서 다시 만나 3-0(15-6 15-6 15-7)으로 가볍게 이기고 원하던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5~8위 결정전에 나선 한국은 중국과 아르헨티나를 각각 3-1로 꺾고 5위를 차지했다. 한국 남자 배구의 올림픽 메달 꿈은 이렇게 날아갔다.

남자 배구는 2004년 아테네, 2008년 베이징 등 최근 두 차례 올림픽에 연속해서 본선에 나서지 못했다. 옛 영광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그렇다고 맥을 놓고 있을 일은 아니다.

박기원 신임 남자 배구 대표팀 감독은 28일 수원체육관에서 치르는 월드리그 조별 리그 1차전 쿠바와 경기를 시작으로 최종 목표인 2012년 런던 올림픽 본선 진출에 도전한다. 한국 남자 배구의 2011년 1월 현재 FIVB(국제배구연맹) 랭킹은 23위다. FIFA(국제축구연맹) 랭킹처럼 국제 경기 단체의 랭킹이 특정 국가의 실력을 100% 객관적으로 나타내는 건 아니지만 한국은 아시아에서도 중국(11위), 일본(14위)은 물론 이란(19위)에도 뒤진다. 최근 국제 대회인 2009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남자는 일본과 이란에 이어 3위, 여자는 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에 이어 4위에 그쳤다.

12개 나라가 출전하는 런던 올림픽 남자 배구 출전권은 월드컵(3장), 세계 예선(3장) 대륙별 예선(5장)에 각각 배정돼 있다. FIVB 남자 랭킹 94위, 여자 랭킹 111위인 영국은 자동 출전한다.

런던으로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선배들의 발자취를 떠올리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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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 anju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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