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망]길목지키기와 배수진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임진왜란 전, 조선 최고의 장수는 신립이었다. 신립은 1583년 온성부사(穩城府使)가 되어 북변에 침입해온 이탕개(尼湯介)를 격퇴하고 두만강을 건너가 야인(野人)의 소굴을 소탕하고 개선, 함경북도 병마절도사에 올랐다. (장군 승진은 비슷한 연배의 이순신보다 8년 정도 앞선다.)
이후 양가의 규수를 첩으로 삼은 행위로 파직되기도 했지만 곧 함경남도 병마절도사에 임명될 정도였다. 1592년,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조선 조정은 그를 도순변사(총사령관)로 삼아 충주로 내려 보낸다. 당시 일본군은 부산에 상륙한지 불과 10여일만에 상주까지 도착해 있었다.
상주의 일본군이 충주를 거쳐 서울로 가기 위해서는 험준한 문경새재(조령)을 넘어야 했다. 새재는 새도 쉬어간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만큼이나 험준한 지형이다. 일본군은 이 새재를 지나기 전, 혹여 조선군이 매복해 있을까 하룻동안 여러번 정탐병을 보낸 후에야 넘었다.
당시 조선군은 충주 탄금대에서 배수진을 치고 있었다. 북방 여진족(야인)과 전투에서 기병으로 무훈을 세운 신립은 산악지역보다 평지에서 기병전을 택했다. 전투경험이 없는 급조된 병력의 이탈을 막겠다는 계산도 했다. 결과는 참패였다. 신립은 탄금대에 투신하고, 수도 한양의 임금은 도망쳤다.
훗날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새재를 지나면서 "이렇게 좋고 험준한 요새를 두고 평지에서 싸우다니 정말 신립은 책략이 없는 사람이었군"이라고 탄식했다고 한다.
지난주까지 증시가 4주 연속 하락했다. 4주 연속 하락은 금융위기 후 지난 2009년 10~11월 당시 5주 연속 하락했던 때를 제외하고는 주간 기준 최장 기간 하락이다. 오르는 것은 어려워도 내리는 것은 쉬운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고점 대비 불과 130포인트, 5%를 조금 웃도는 수준의 하락이지만 4주라는 시간은 뜨거웠던 투자심리를 식히는데 충분한 시간이다. 아직은 상승추세가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전문가들도 당분간은 바닥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할 정도다.
미국의 2차 양적완화(QE2) 종료를 앞두고 있는 지금 상황에서 외국인이 다시 매수세로 돌아서기는 힘들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HMC투자증권은 외국인 매도 기조는 QE2가 종료되기 직전인 다음달 중순까지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적시즌 종료 후 모멘텀을 잃은 상황을 대체할 새로운 모멘텀이 여전히 보이지 않는 점도 부담이다. 글로벌 증시의 폭탄으로 작용하고 있는 남유럽 상황은 여전히 나쁘다. 그리스는 신용등급이 하향되면서 지난 주말 뉴욕증시를 끌어내렸다.
유럽 위기와 중국 긴축의 악재 속에서 글로벌 증시환경을 긍정적으로 이끌던 미국 상황도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한국투자증권은 4월 미국 경제지표에 대한 기대를 접자고 했다. 미국의 대표적 청바지 브랜드 갭(GAP)이 지난 20일 이익전망치를 내렸다. 이 소식은 그리스 신용등급 하향과 함께 2대 악재로 작용했다. 갭은 미국내 매장이 2715개나 되는 대중 브랜드다. 갭의 이익은 미국 개인소비와 직결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코스피 바닥을 2000에서 2100 사이로 보고 있다. 투매가 일어나면 2000선 초반까지 밀릴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얘기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처럼 3분기 2000 붕괴 가능성을 얘기하는 비관론자를 제외하고, 여전히 상승추세에 있다는 낙관론 중에서는 가장 보수적인 전망치다.
지금 조정은 바닥을 확인하는 것이고, 추가상승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는 증권사들이 아직은 다수다.
대우증권은 "시장은 고점 대비 130포인트 가량 하락했을 뿐이고 추세는 여전히 견조한 상태"라며 "중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시황관 유지는 유효하다"고 했다. 외국인의 매도 역시 기조적 이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지난주부터 달러 강세가 진정되고 있어 외국인의 매도 압력은 완화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증권도 이번 조정이 추세를 무너뜨릴 만한 조정은 아니라며 추가 하락하더라도 매도 대응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정의 원인인 QE2 종료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고 있고, 상품가격 하락은 중기적 측면에서 호재가 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그리스 불안도 더 이상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평가했다. 국내 내부의 저축은행 및 PF부실 문제는 다소 부담이 되고 있다고 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직은 지수의 저점을 확신했다기보다는 저점을 확인하는 과정"이라면서도 "조정의 요인들이 추가적인 악화되기보다는 점차 안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변동성 확대 가능성에 대해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시장의 모멘텀도 다소 부족하다는 점에서 반등의 폭도 제한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주말 뉴욕증시는 유럽발 악재로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피치의 그리스 신용 등급 강등 조치와 함께 독일 중앙은행의 독일 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 발표도 하락세에 영향을 미쳤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일 대비 0.74%(93.28포인트) 하락한 1만2512.04로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각각 0.77%(10.33포인트), 0.71%(19.99포인트) 내린 1333.27, 2803.32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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