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이 저축은행 사외이사 재직 논란에 휘말렸다. 그가 영업정지된 삼화저축은행의 사외이사로 3년 넘게 재직했으며, 특히 3년간은 국회의원 신분으로 겸직 신고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 수석이 사외이사를 맡았던 곳이 지난 1월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이라는 점에서 여론의 눈총이 한층 따갑다.


정 수석은 "국회의원의 겸직 신고는 자율조항"이라며 부당한 행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거마비 명목으로 월 200만원 안팎을 받았으나 경영회의에 참석한 적도, 로비를 한 일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가 부인하는 로비나 부당행위와는 별개로 금융기관 사외이사로서의 역할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 경영회의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은 결백의 증거에 앞서 사외이사로서 직무유기를 반증하는 것이다. 경영진 견제라는 사외이사 역할을 외면한 것이다. 이름만 걸어 놓고 연간 2400여만원의 회사 돈을 받았다는 얘기다.


최근 문제가 된 부실 저축은행의 사외이사를 거친 공직자는 정 수석만이 아니다. 전직 장관, 경찰청장, 국정원 차장 등 힘 있는 기관 출신이 수두룩하다. 저축은행이 왜 그런 사람들을 사외이사 자리에 앉혔는지는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김황식 국무총리도 얼마 전 "감사원장 재직 시 저축은행 감사에 들어갔더니 오만 군데에서 압력이 들어왔다"고 말한 바 있다. 사외이사, 특히 수많은 고객을 상대하는 금융기관의 사외이사 기능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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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은행법 개정으로 은행들이 매년 사외이사를 평가하고 이에 근거해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만들고 있다. 대부분의 규범은 이사회 참석도, 전문성, 직무수행 등을 평가하며 임기 2년에 연임은 1년 단위로 3번까지 가능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도로 사외이사가 제 기능을 할지 의문이다.


사외이사는 경영진의 전횡을 견제하고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사외이사 평가는 객관적이고 엄격해야 한다. 3연임, 최장 5년의 임기도 지나치다. 경영진을 견제하기는커녕 연임을 위해 밀착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연임은 예외적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규범은 형식이 되고 이름뿐인 사외이사를 양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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