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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곽윤기, '짬짜미' 파문이 남긴 득과 실(인터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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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곽윤기, '짬짜미' 파문이 남긴 득과 실(인터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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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시작은 미약했다. 운동에 소질이 없는 듯했다. 축구공을 차면 ‘개의 발’ 소리까지 들었다. 다른 종목에서도 그치지 않던 굴욕. 그러나 예외는 있었다. 스케이트다. 빼어나진 않았지만 곧잘 얼음판을 누볐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곽윤기(연세대)의 첫 설렘이다. 어머니의 감정은 더 했다. 바로 선수 등록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실전에서 유독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악순환은 중학교에 입학해서야 겨우 끊어졌다. 한 고비를 넘기니 조금씩 탄탄대로가 열렸다. 라이벌이라는 촉진제에 가속도까지 붙었다. 이정수(단국대)다. 서로 경쟁을 펼치며 일취월장했다. 더 많이 웃은 건 이정수. 곽윤기는 “10번 대결하면 7번을 졌다”고 떠올렸다.

빙상 관계자들에 따르면 둘 사이는 꽤 끈끈했다.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합숙하며 진한 우정을 쌓았다. 그러나 지난해 4월 불거진 ‘대표선발전 짬짜미 의혹’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대한빙상경기연맹, 대한체육회 등으로 구성된 공동조사위원회는 2009년 대표선발전 1,000m 준결승에서 두 선수가 서로 도왔다고 판단, 최소 1년 이상의 자격정지를 권고했다. 내려진 징계는 자격정지 1년. 곽윤기와 이정수 측은 바로 이의신청을 제출했다. 그리고 지난해 7월 대한체육회로부터 6개월의 완화 조치를 받았다. 물거품이 된 그해 대표선발전. 더 큰 상처는 따로 있었다. 쏟아진 세상의 비난. 그리고 친구와의 우정에 생긴 균열이다.
이하 곽윤기와 인터뷰

스포츠투데이(이하 스투)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이정수와 재회했다. 많이 신경 쓰였을 것 같은데.”

곽윤기(이하 곽) “(웃으며) 경쟁의식이 없었다면 거짓말 아니겠나. 정수는 친구이기 전에 라이벌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여러 차례 피할 수 없는 대결을 벌였다. (잠시 말을 멈춘 뒤) 솔직히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이길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따라는 가려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말도 안 되게 지지만 말자’고 마음먹기도 했다.”
스투 “트랙에서 부담은 없었나.”

“전혀. 마음을 비우고 경기에 임했다. 결과가 좋지 못하더라도 결승선만 통과하자고 다짐했다.”

스투 “긍정적인 마인드가 종합순위 1위라는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원래 당장의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성격이다. 다음에 더 잘하면 되니까.”

스투 “‘대표선발전 짬짜미 의혹’ 사건으로 얻은 것이 있다면.”

“사회에 진출하면 온갖 어려움을 겪는다고들 한다. 이번 사태로 나는 그걸 일찍 체험했다. 남들보다 성숙할 수 있는 계기를 한발 앞서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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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대표 팀에 노진규(한국체대), 신다운(서현고) 등 젊은 피들이 대거 합류한다. 여느 때보다 뜨거운 경쟁이 예상되는데.”

“쇼트트랙은 언제나 치열했다.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나 하나 챙기기도 벅차다.(웃음)”

스투 “국제무대에서 한국의 강세가 계속 될 거라고 생각하나.”

“외국 선수들의 기량이 날이 갈수록 높아진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대표 팀은 분발해야 한다. 유능한 한국 출신 코치들이 여러 나라에 퍼져있다. 실력 평준화는 시간문제다.”

스투 “눈여겨보는 외국선수가 있다면.”

“2011 아스타나 동계아시안게임 50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량원하오(중국). 견제한 적이 없었을 만큼 실력이 평범했는데 최근 기량이 급성장했다.”

스투 “눈여겨봐야 할 선수가 한 명 더 생길지 모른다. 최근 러시아로 건너간 안현수가 귀화를 고려하고 있다.”

“러시아 대표로 국제대회에 나온다면 큰일이다. 모든 선수들을 긴장하게 만들 것이다. 현수형은 내게 우상이었다. 함께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면 큰 영광이 될 것 같다.”

스투 “최근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경쟁을 벌이기도 했는데.”

“무릎 부상을 이겨낸 걸 보며 대단하다고 느꼈다. 부상도 강한 투지는 막을 수 없는 듯하다. 현수형은 단점이 없다. 완벽하다. 함께 트랙에 서는 것만으로도 긴장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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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 “사실상 빙판을 떠난 안톤 오노(미국)는 어떤가.”

“배울게 많다. 스케이트를 정말 잘 탄다. 빠른 스피드에 순발력까지 갖췄다. 경기 운영능력도 뛰어나고. 대표 팀 선수들이 모두 감탄할 정도다.”

스투 “오노와 경기 스타일이 꽤 흡사하다. 축적한 힘을 막판 쏟아 역전극을 만들어낸다. 최근 국제 흐름은 반대로 흐른다. 앞으로 먼저 나와 선두를 고수하려는 선수들이 늘고 있다.”

“미국, 유럽 등에서 이전부터 시도한 방법이다. 좋은 결실을 맺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쇼트트랙 특유의 변수 때문이다. 스타일을 바꿀 생각은 없다. 지금의 방법을 유지해 쇼트트랙 팬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안기고 싶다.”

스투 “아직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는데.”

“대중의 인식이 바뀌었다. 예전에는 금메달을 따야만 영웅 대접을 해줬다. 지금은 아니다. 결과만큼 과정을 주목하는 눈이 많아졌다. (잠시 말을 멈춘 뒤) 금메달, 나도 얻고 싶다. 하지만 욕심은 없다. 올림픽에 한 번 더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다. 후보라도 좋다. 그 분위기를 한 번만 더 느껴보고 싶다.”

스투 “그래도 빈손으로 돌아온다면 안타깝지 않을까.”

“다른 걸로 나를 알리면 된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보였던 가수 브라운아이드걸스의 ‘아브라카다브라’ 안무 같은 거 말이다.(웃음) 당장 목표는 세계선수권 개인종합 우승이다. 못다 이룬 꿈을 위해 더 열심히 뛰겠다.”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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