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공약 사업인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선정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 사업은 3조5000억원이라는 막대한 혈세가 들어가고 초일류 과학기술강국으로 발전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는 매우 중요한 사업이다. 이 사업의 성공 여부에 국운이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초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충청권 입지를 약속했던 것을 백지 상태에서 다시 판단한다고 하는 바람에 일이 많이 꼬이게 되었다. 대통령은 한나라당 공약집에 없다고 했지만 '행복도시, 대덕연구단지, 오송ㆍ오창의 BTㆍIT 산업단지를 하나의 광역경제권으로 발전시켜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육성하겠습니다'라고 공약집 50페이지에 선명하게 쓰여 있다. 이 사실을 바탕으로 대전ㆍ충청권에서는 단순히 유치 차원이 아닌 사수를 주장하고 있지만 다른 지역 사람, 특히 정치인들은 자기 지역으로 유치하려는 논리를 총동원하고 있다. 결과에 따라 지역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지 않을까 몹시 걱정된다.
어떤 목적을 위해 한정된 자원을 쓸 때 크게 두 가지 방향이 있다. 하나는 '선택과 집중'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분산' 방식이다. 전자를 택하면 한 곳에 많은 자원이 투자되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와 집적(集積)의 경제(economies of mass reserves)를 향유할 수 있다. 규모의 경제는 인적ㆍ물적 자원을 한 곳에 집중을 시킴으로써 정보의 원활한 유통, 거래비용의 절감 등을 통해 경제성을 얻을 수 있다. 이것은 경제가 빈약할 때 혹은 단기간에 효과를 극대화할 때 쓰는 전략이다. 세계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가 이렇게 성장하게 된 데는 대규모 공단을 만들어 이 두 경제성을 잘 활용한 결과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그러나 경제가 어느 정도 성장하고 난 후에는 지역 간, 부문 간 불균형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 만약 수정의 시기를 놓치게 되면 사회 불안정을 야기시킬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우리가 겪고 있는 수도권 집중현상은 이 전략의 폐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반대로 균형 발전의 철학이 내재되어 있는 분산의 방식은 자원이 널리 쓰임으로써 여러 부문에 고루고루 혜택이 주어진다는 균형 혜택의 이점과 위험이 닥쳤을 때 위험이 분산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여러 곳에 자원을 쓰기 때문에 효율성 면에서는 떨어지는 전략이다. 따라서 이 방식은 시작단계보다는 기존의 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거나 사업이 안정 단계에 이르렀을 때 쓰인다.
이 두 방식 중 어느 것을 택할 것인가는 주어진 여건과 목표에 따라 달라진다. 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무렵에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율성을 추구하는 반면 불균형을 감수해야 하지만 투자된 부문이 성숙 단계에 이르면 그동안 소외 받은 곳에도 균형 있게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때 새로운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존 시설과 자원이 어디에 있느냐도 매우 중요한 고려 대상이 된다.
지금은 국제비즈니스벨트 사업을 막 시작하려는 때다. 대덕 연구단지, 세종시, 오송, 오창에 있는 기존 인프라를 묶음과 동시에 자원을 한 곳에 집중 투입하는 전략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균형발전을 위해 지역 간 안배 전략을 택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다. 지난번 동남권 신공항 사업 무산에 따른 지역민들의 아쉬움을 달래려는 보상적 차원의 결정이 아니기를 기대한다. 전문가들이 국가 백년대계를 내다보고 우수인력, 탄탄한 연구기반 그리고 정주여건이라는 세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는 곳을 소신껏 결정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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