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글렌코어가 600억달러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상장 주관사인 UBS에 기업 투자 내역을 공개했다가 곡물 투기에 나서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는 사실이 밝혀져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지난해 여름 글렌코어가 밀과 옥수수 가격 상승에 베팅했을 때, 글렌코어 러시아 곡물 담당 대표가 직접 나서 러시아 정부에 밀 수출 제한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물론 글렌코어측은 러시아 곡물 담당 대표가 곡물 수출 제한 정책에 대한 주관적인 의견을 러시아 정부측에 전달한 것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글렌코어의 요청이 있었던 직후인 8월 5일 러시아 정부는 곡물을 비축하는데 속도를 올렸고 각 수출업체들한테 수출 제한 명령을 내렸다. 그 결과 불과 이틀만에 곡물 가격은 15%나 뛰었다.
글렌코어측은 이에 대해서도 "우리는 러시아의 수출 제한 발표 이후 중동 국가에 공급하기로 한 곡물을 사들이기 위해 다른 곳에서 더 비싼 값에 매입했다"며 "러시아의 수출제한이 우리에게 수익을 줬다는 것은 잘못된 해석"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글렌코어의 지난해 농업부문의 이자·세금 상각전영업이익은 두 배로 급증한 6억5900만달러로 집계됐다. 미국 곡물 거래업체 카길(Cargill), 아처 다니엘스 미들랜드(Archer Daniels Midland) 등이 적자에 허덕였던 상황과 비교하면 월등한 성적이다.
글렌코어의 IPO 증권 인수 신디케이트 중 하나인 리버륨캐피털은 글렌코어가 자기자본매매를 통해 거둬들인 수익이 전체 거래 수익의 한 자릿 수 퍼센트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국제 곡물가격 상승에 투기세력이 껴 있다고 비판하는 등 세계 정상들이 곡물가격 상승 원인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는터라 글렌코어 같이 덩치가 큰 원자재거래업체가 국제 곡물시장 투기세력으로 곡물가격 상승을 부추겼다는 것은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오는 6월 세계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은 모여 곡물시장에 대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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