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의원 기자] 세계 곡물 가격이 상승하면서 미국 농부들이 함박 웃음을 지으면서 "살 맛 난다"는 말을 하고 있다. 옥수수 등 곡물과 면화 등 다른 작물가격이 급등하면서 소득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곡물 등의 값이 뛰자 농민들이 재배면적을 늘리고 있어 머지 않아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은 불을 보듯 뻔해 보인다.
그렇더라도 지금의 '잔치'는 기분 좋은 것이라는 게 미국 농민들 생각이다.


◆곡물값 상승으로 농민들 '즐거운 비명'=옥수수 등 곡물가격은 지난 해 호주와 중국 등 곡물 수출 국가들이 기상이변에 따른 작황부진과 신흥국가의 소득 증대에 따른 수요 증가가 맞물려 크게 올랐다.

옥수수 가격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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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상품거래소(CBOT)는 생생한 증인이다. 옥수수, 콩(대두), 밀값은 지난해 각각 90%, 40%, 55%나 올랐다. 적게보아 근 절반, 많게는 두배나 뛰었다는 얘기다. 오름세는 올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옥수수는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이 부셸당 6.9달러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밀가격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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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억 인구를 가진 중국이나 12억 인구의 인도의 소득 증대가 주된 요인이다. 소득이 늘어나자 육류 소비를 늘렸고 육류 공급을 위한 사료용 곡물 수입이 급증했다. 세계 2위의 옥수수 생산국인 중국은 수확기인 오는 9월 250만 t의 옥수수를 수입해 옥수수가격을 오르게 할 것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분석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세계 최대 콩 수입국으로 등극했다.

여기에 러시아가 작황부진을 이유로 밀 수출을 금지한 것도 밀값 상승요인이 됐다.


원면 가격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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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중국은 소득 증대로 청바지 등 면제품의 수출과 국내 소비가 늘자 세계 최대 생산국이면서도 면화수입을 늘린 탓에 전세계 면화 값 상승을 촉발했다. 중국은 재고 확보를 위해 이달 중 1파운드에 약 1.40달러 정도를 주고 원면을 사들이고 있다.


이 때문에 왠만한 작물 수출에서 앞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은 수출로 떼돈을 긁어모으고 있는 형국이 됐다. 미국 농무부(USDA)가 미국 농가 수입을 집계했더니 지난 해 무려 27% 증가한데 이어 올해에도 20%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농가소득은 947억 달러(약 10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1일 보도했다.


이런 이유에서 미국의 농작물 중심지라고 할 수 있는 아이오와주를 비롯, 일리노이,인디애나주 농민들은 넘쳐나는 달러로 입을 다물지 못할 지경이 되고 있다.


◆미국 농촌과 농기계 업계, "우린 실업 몰라"=이처럼 농업이 호황을 보이고 있으니 농업이 중심인 주에서는 실업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농기계 제조회사들도 덕분에 호황을 누리고 있다.


미국 전체 실업률이 약 9%인 반면, 옥수수로 유명한 아이오와주 북부의 코수스(Kossuth)카운티의 실업률은 5.3%이다. 이 카운티의 비옥한 토양은 아이오와주내 어떤 카운티보다 많은 옥수수를 재배하는 밑바탕이 되고 있다. 이곳에는 "사우디가 석유를 생산하는 것처럼 옥수수를 생산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옥수수 값이 뛰고 있으니 지역 경제가 '붐'을 이루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농기계 업체들이나 카길과 같은 곡물 거래 업체들은 사상 초유의 매출기록을 달성하고 있다. 일리노이주에 있는 세계 최대트랙터업체인 존디어(John Deere)도 요즘 쉴새 없이 공장을 돌리고 있다. 이 회사 대리점을 운영하는 돈 에딘씨는" 지난해 1억740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는데 이는 5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오른 것"이라면서 "농부들이 현금을 들고와 30만 달러짜리 수확기, 20만 달러 짜리 트랙터, 17만 달러 짜리 농약살포기 등을 사고 있다"고 소개했다.


업계는 "농업 경제의 호황은 미국 전체 경제의 다른 이면"이라면서 "미국 농민들은 곡물값 상승의 혜택을 입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남부주,"온 나라가 목화 지천"=목화값이 뛰면서 텍사스를 중심으로 미국 남부주는 옥수수나 밀밭을 갈아엎어 목화를 심고 있다.


원면(cotton) 가격은 요즘 최고가다. 뉴욕 선물시장에서 1파운드(0.45kg)는 이달 중 2.20 달러선이다. kg으로 환산하면 4.85달러이다. 이는 전년 대비 무려 175%정도 오른 금액이다.


지난 해 7월 원면 값이 파운드당 0.73달러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많이 올랐는지 지 금방 짐작할 수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30일 연말이면 원면값은 파운드당 1달러 선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그래도 이는 지난 10년 평균치에 비해 무려 64%나 높은 값이다


이에 따라 농민들은 다른 작물을 면화로 대체하고 있다. 미국 농무부는 지난 달 물을 적게 쓰고,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육지면(upland cotton) 재배면적이 올해는 지난 해보다 19%증가한 1280만 에이커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 때문에 남부 주의 농민들은 "온 나라에 면화 지천"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재배면적이 늘어났지만 미국 농민들은 이익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남부의 많은 주들의 농민들은 "파운드당 1달러만 되도 옥수수나 밀을 재배할 때보다 순익이 에이커당 대략 200~500달러 정도 더 많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000에이커에 면화를 심는다면 단순 계산해도 20만 달러에서 50만 달러의 순익이 더 늘아난다는 얘기다.


미국원면협회는 "노스 캐롤라이나와 미시시피, 테네시, 텍사스 등의 면화 재배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면서 "특히 텍사스의 면화 재배가 최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가격 하락 대비하는 지혜 필요해=곡물이든 원면이든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피하기는 어렵다.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이 자연하락하기 마련이다. 원면은 앞으로 9개월 후면 지금의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고돼 있다. 다른 작물이라고 해서 사정이 다르지 않다.


바로 이 때문에 값이 치솟는다고 큰 수입을 기대해 무작정 재배면적을 늘리다가는 딱 망하기 좋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곡물가격이 거품이 끼어있다"는 말로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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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곡물이나 원면 값 상승에 따른 농민 소득 증가는 관련된 다른 산업의 비용 증가로 귀착된다. 일례로 곡물값 상승으로 미국 서부의 축산농가와 낙농가는 비용상승으로 죽을 쑤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의 씀씀이를 압박해 결과적으로 곡물수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의원 기자 2u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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