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훈'이라서 괜찮았던 뮤지컬 '광화문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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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감독이 워낙 훌륭해서 배우나 줄거리가 다소 위축되는 영화가 있다. 고(故)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나 이창동, 김기덕 감독의 영화들이 때론 그랬다. 그래도 이들의 영화를 찾는 것은 감독 자체, 감독이 설정한 모티프 자체가 너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뮤지컬 '광화문연가'도 그랬다. '이영훈'이라서 괜찮았다. 그의 작품들이 아쉬움을 달랬고 틈을 채웠다.

2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관람한 광화문연가는 작곡가 고(故) 이영훈 재해석의 장이었다. '여주'역의 리사가 1부에서 '투신하는 시위자'를 배경으로 '그녀의 웃음소리뿐'을 열창하는 장면은 탁월했다. 곡 후렴구에서 토로하듯 내뱉은 고음은 '오버'가 아닌 '절규'로 들리기에 충분했다. 보컬보다 곡이 우세한 이영훈의 수작을 안정감 있게 소화한 느낌이었다.


주인공 '상훈'을 연기한 윤도현의 '칼칼'한 보컬은 이영훈의 명작들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극중에서 '은유적 저항가요'로 묘사된 '깊은 밤을 날아서'는 윤도현 특유의 울림 깊은 목소리와 어우러지며 새 옷을 입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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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에서 '광화문 연가'까지, 기자가 그랬듯 상당수 관객이 이영훈의 다음 곡을 기다리는 눈치였다. 노래를 따라 부르고 싶은 욕구를 꾹꾹 누르고 벌어지는 입을 다문 채 허밍으로 읊조리다가 박수로 화답하는 수밖에 없었다. 흥이 나기도 했고 애절하기도 했고 아쉽기도 했다. 간간히 감상에 젖기도 했다. 분명 힘 있는 공연이었던 셈이다. 물론 이영훈 덕이 컸다.


그러니 괜찮다. 가요계 대선배이자 거장인 이영훈의 작품을 노래하는 부담이 엄청났을 윤도현의 조심스럽고 위축된 연기는 이해할 수 있다. 전문 뮤지컬 배우들과의 연기력 격차도 어쩌면 당연한 것일 테니 괜찮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발랄하고 펑키한 무대가 다소 어색했지만 배우들의 생생한 표정과 율동을 바라보면 그리 나쁘지만은 않았다. 이영훈과 그의 작품들에 초점을 맞춘다면 썩 괜찮은 공연이다. 노래 솜씨도 모두 훌륭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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