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동시에 발생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지금까지 1000만마리의 가축이 땅에 묻혔다. 이 때문에 국가 대재앙으로 불리면서 축산업 붕괴, 매몰지 환경오염 우려 등 대규모 손실을 초래했다.


날이 풀리면서 가축 전염병의 기세는 한풀 꺾였지만 그간 우리에게 남긴 상처는 너무나 크다. 이번 사태를 축산업을 '환골탈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정부가 24일 축산업 허가제를 골자로 한 '축산 선진화 대책'을 발표한다.

이날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발생한 구제역과 AI로 이날 오전까지 소·돼지 348만여 마리, 닭·오리 623만여 마리 등 총 971만여 마리의 가축이 매몰처분 됐다. 국내 소 사육 두수가 330만마리, 돼지는 900만 마리인 점을 감안하면 축산업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엄청난 규모다.


구제역·AI 매몰가축 1000만..무얼 남겼나
AD
원본보기 아이콘
특히 지난해 11월 29일 경북 안동에서 최초 발생한 구제역은 지금까지 11개 시·도, 75개 시·군에서 발생, 사실상 전국으로 퍼졌다. 이로 인해 소 15만1000마리와 돼지 331만8000마리를 포함해 우제류 347만9000마리가 매몰 처분됐다.

구제역으로 가축 매몰 두수는 한때 1일 5만~10만마리까지 치솟았으나 백신효과에 따라 지난달 말부터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고 지금은 소강 상태다. 그러나 최근에도 기존 발생지역에서 간헐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종식됐다고 단언 하기엔 이르다.


유정복 농식품부 장관도 이날 당·정 회의에서 "아직까지 바이러스가 간헐적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종식'이라는 표현을 쓰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AI는 지난해 12월 충남 천안의 오리농가와 전북 익산의 양계농장를 시작으로 6개 시·도, 23개 시·군으로 퍼졌고 지금까지 50건이 양성 판이 내려졌다. 이로 인해 닭·오리 623만3000여 마리가 매몰됐다. AI도 한동안 잠잠했으나 23일 경북 영천시 서산동 양계농장에서 의심신고가 들어와 방역당국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렇듯 가축전염병과의 전쟁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이런 가운데 지금까지 정부가 밝힌 공식 피해만 3조원이 넘는다. 이는 살처분 보상금, 생계안정자금, 방역비 등 재정소요액일 뿐 2, 3차 피해는 감안하지 않은 것이어서 정확한 피해 규모는 가늠하기 힘들다. 일각에서는 예상 피해가 10조원 이상에 달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후폭풍은 물가에도 영향을 미쳤다. 대량 살처분으로 공급량이 달리면서 돼기고기, 닭고기, 계란 등 식료품 값이 껑충 뛰고 관련 음식 값도 덩달아 오르는 등 가뜩이나 물가고에 시달리는 가계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우유 보급도 10%가량 줄어 새학기를 맞은 학교 급식에도 비상이 걸렸다. 더 큰 문제는 규정을 지키지 않고 급하게 매몰한 탓으로 매몰지의 붕괴 및 침출수 유출로 인한 지하수 오염 등 2차 환경재앙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이미 침출수로 인한 오염이 상당 부분 진행돼 국민의 식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한순간의 방심이 초래한 참사로는 그 피해가 너무나 크다. 허술한 방역대책과 함께 한국 축산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 맹점을 고스란히 노출시켰다.

AD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 같은 재앙이 다시 닥치지 않도록 방역 시스템 전반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획기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정부는 이날 오전 당정 협의를 거친 뒤 총리실 주재로 축산허가제, 통합 검역검본부 설치 등의 내용을 담은 '축산 선진화 대책'을 내놓는다.


이 같은 방안들은 구제역과 AI로 가축 1000만마리에 가까운 가축이 매몰돼 3조원이 넘는 손실을 입으면서 새로운 축산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올해 초부터 준비돼왔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