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5월 시행 상법 개정안.. 재계 편법 거래 막을 수 있나
[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동양그룹의 비상장사인 미러스는 지난 10일 MRO(소모성자재)업체인 비앤네트웍스를 14억7000여만원에 사들였다. 비앤네트웍스는 동양그룹 내 소모성 자재 구매를 전담하는 회사로 알려졌다.
미러스는 화장품 도소매업체인 미러스생활건강 지분도 100% 보유한 상태이며 향후 그룹의 유통사업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또한 지난해 6월 설립된 이후 동양메이저, 동양게임즈, 누보쉐프 등 계열사와의 거래를 통해 매출 전액을 기록하고 있다.
내년 5월부터 이같은 ‘비상장사 물량 몰아주기’는 더 이상 힘들어질 전망이다. ‘자기거래 승인대상 확대’ 및 ‘회사기회 유용금지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상법개정안이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에 통과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그룹의 비상장사가 경영권 상속 수단으로 활용돼 왔던 관행을 규제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상법개정안 시행을 놓고 재계는 ‘법적용 대상이 모호하고 자유로운 기업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자기거래에 대한 승인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기존에는 회사가 이사(오너, 최대주주)와의 거래에서만 승인을 받았지만 개정안에선 이사 본인뿐 아니라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 존비속, 10% 이상 지분 소유자 등과의 거래에도 승인을 받게 했다. 이사회의 3분의 2 찬성을 받아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오너 등이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50% 이상을 가지고 있는 자회사의 거래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기존에는 본인의 자기거래 시에만 이사 2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됐다. 이사회에서 동의자 숫자 및 제한범위가 종전보다 늘어났다.
개정안에는 ‘회사기회’유용 방지조항도 들어간다. 회사의 사업·특허·자산 등을 이사나 제3자에게 넘기려면 기존에는 이사회 결의는 과반수 출석, 출석이사의 과반수 찬성이었지만 재적이사 3분의 2 이상이 승인으로 기준을 강화했다.
만약 회사기회를 넘겼다가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을 때에는 승인한 이사들이 연대로 배상해야 한다.
이 조항이 적용될 경우, 비상장사의 지분을 오너 일가에 헐값에 넘겨 향후 경영권 승계자금을 마련하는 통로로 활용됐던 소위 ‘뒷문’승계가 힘들어 질 수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S&C가 대표적인 사례다.
SI(시스템통합)업체인 한화S&C는 김승연 회장이 20만주(33%), 그룹이 40만주(67%)를 보유하다가 2005년 4월 김 회장은 차남 동원씨와 삼남 동선씨에게 각각 10만주(16.5%)씩 증여하고, 장남인 김동관 차장(회장실)이 그룹 보유 지분을 주당 5100원에 인수하도록 했다.
당시 헐값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어 수차례의 유상 증자를 통해 현재 동관씨가 250만주(50%), 동원·동선씨는 각각 125만주(25%)를 갖고 있다.
이 회사는 2009년 매출액 3609억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1960억원이 한화석유화학(380억원), 한화건설(327억원), 대한생명보험(269억원), 한화손해보험(193억원), 한화(150억원), 한화증권(141억원), 한화L&C(104억원) 등 계열사간 거래를 통해 발생하면 오너일가 참여 이후 2배 가까이 성장했다.
SI업체는 계열사 전산 업무와 시스템 관리를 총괄하는 것을 주 업무로 삼기 때문에 업무 특성상 매출 중 절대 규모가 계열사와의 거래에서 발생하고, 계열사 용역 서비스 단가를 올리고 서비스 범위를 넓히는 것으로도 매출이 급격히 늘릴 수 있다.
따라서 한화S&C의 경우 싼 가격에 지분을 넘긴 이후 매출과 수익성을 높여 보유 지분 가치를 극대화하는 했다는 지적이 잇달았다. 개정상법은 바로 이 같은 편법관행에 메스를 들이댄 것이다.
한편, 일각에선 이번 개정안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할지에 대해 미지수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의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오너와 관계가 있는데다, 그동안 ‘거수기’ 역할에 대한 비판도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이사회 승인 비율을 높이는 것 자체에 대한 효과가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 소장은 “이사회에서 제대로된 감시 역할을 할 지 미지수이고, 조항에 따라 적용범위 대상이 애매한 부분이 있어 때에 따라선 법리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재계에선 지나친 규제가 자칫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입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관계자는 “범위나 대상이 모호해 오히려 주주대표소송이 줄을 이루 경우, 기업경영에 차질이 생길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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