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는 듯 하던 리비아 사태는 완벽한 내전 상황으로 치달으며 여전히 국제 정세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이던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상황도 낙관론만 펴기엔 불안하다.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는 이런 불안심리에 다시 급등했다. 이로 인해 간밤 미국증시도 급락했다.
다른 변수들에 의해 잠시 잊혀진 유럽 문제가 재부각될 가능성도 언급된다. 남유럽국가들의 국채 만기가 3월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전인대(전국인민대표자회의)도 5일부터 열린다. 중국 전인대는 중국 경제정책의 방향을 설정한다. 이 결과에 따라 우리 증시뿐 아니라 글로벌 증시가 웃고 운다. 때문에 국내 증시는 전인대가 시작될 무렵에는 항상 주춤했다. 투자자들이 방향성을 확인한 후 움직였기 때문이다.
3월을 맞이한 국내 증시. 악재들을 열거하니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다. 기술적으로도 코스피지수는 120일 이동평균선을 하향 이탈했다. 20일선과 60일선의 데드크로스에 이어 2월 마지막날 급락으로 5일선도 120일선을 데드크로스 했다. 급감한 거래량과 거래대금도 부담이다. 이 상황에서 트리플위칭데이를 맞아야 한다.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2월에 쉬었기 때문에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부담이 커진 것도 골치 아프다.
주가 급락은 투자자들에게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지만 그만큼 가격 메리트가 생겼다는 얘기도 된다. 대내외 상황이 여전히 불안해 증시의 추가 조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우에 따라서는 1900선도 무너질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급락시기는 투자자들에게 기회였다. 변동성을 염두에 두되 저가매수 기회를 찾는다는 생각으로 장을 지켜봐야 할 때다.
사면초가의 포위를 뚫은 항우가 오강(烏江)을 건너 고향인 강동으로 가 '권토중래'를 도모했다면 역사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한편 이날 새벽 뉴욕증시는 중동 불안감이 확산되고 유가가 상승하며 급락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거래일 대비 168.32포인트(1.38%) 내린 1만2058.02에 거래를 마쳤다. S&P500지수는 20.89포인트(1.57%) 하락한 1306.33을, 나스닥지수는 44.86포인트(1.61%) 빠진 2737.41로 장을 마쳤다.
국제유가는 리비아 소요 사태가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인 사우디에도 미칠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되며 다시 100달러에 근접했다.
뉴욕 상업거래소(NYMEX) 4월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2.7% 급등한 배럴당 99.6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2008년 9월 이후 최고치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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