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전망]옥쇄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옥쇄(玉碎). 옥처럼 아름답게 부서진다는 뜻으로, 대의(大義)나 충절(忠節)을 위한 깨끗한 죽음을 이르는 말이다. 본디 '북제서'에 나오는 "대장부 차라리 옥쇄할지언정 어찌 하찮은 기와가 되어 헛되이 명을 부지하랴"는 글귀에서 비롯된 말이지만 일제 말, 전 국민을 제국주의적 침략전쟁에 총동원하기 위해 사용하던 '일억옥쇄'란 표현도 유명하다. 당시 일본은 패색이 짙어지는데도 전멸을 당해도 항복은 없다는 식으로 젊은 군인들을 사지로 몰았다. 전투기에 폭탄을 싣고 미군 함정을 향해 자폭하는 '카미카제' 특공대 등이 대표적인 일억옥쇄의 희생양이다.
리비아 사태가 종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독재자 카다피는 전투기에 외국용병까지 동원해 자국민에 대한 무차별 진압을 했지만 시민군은 수도 트리폴리를 제외한 거의 전 지역을 장악했다. 주말에는 트리폴리 위성도시까지 장악, 최후의 결전을 앞두고 있다는 외신이 전해졌다. 카다피는 소년들에게까지 무기를 지급하며 결사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자존심 강한 카다피는 죽을지언정 외국으로 망명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측근들이 전하는 말이다. 히틀러처럼 자결하거나 암살되더라도 리비아를 떠나지 않을 사람이 카다피란다.
결코 아름답지 않은 부서짐의 모습들이다.
이집트와 리비아를 휩쓴 민주화 열기가 2월 증시를 제대로 끌어내렸다. (북아프리카 사람들이 못살겠다고 일어선 것이 글로벌 증시를 끌어내리는 것을 보면 전 세계의 부(富)가 상당부분 독재국가 국민들의 희생 위에 이뤄졌다는 셈이 나온다.) 2100을 넘던 코스피지수는 1940선까지 밀리기도 했다.
2월 증시를 끌어내린 가장 큰 요인은 유가다. 이집트와 리비아가 산유국이지만 투자자들의 관심은 사우디와 이란, 이라크 등 걸프지역쪽에 진작부터 쏠려있었다. 북아프리카에서 시작된 민주화 열기가 이들 중심 산유국으로 전이된다면 3차 오일쇼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이같은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미군의 공습까지 지하벙커로 대피해 가며 버텨낸 카다피가 자국 국민들의 저항 앞에 이렇게 몰락할 것으로 생각한 사람들은 많지 않다. 정치적 이벤트는 그만큼 예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여전히 다수 전문가들은 3차 오일쇼크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부유한 사우디 등 중동국가들에서 북아프리카와 같은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이상 급등한 유가가 산유국들의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역사적 사실을 경험한 산유국들이 증산을 통해 국제유가 안정에 힘쓰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사우디의 70만배럴 증산 발표에 지난 주말 미국증시가 상승마감한 것이 좋은 예다.
전 거래일 반등과 3.1절 공휴일을 앞둔 월말이란 점에서 이날 장에서 강한 모멘텀이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이달 조정으로 인해 PER 10배 이하로 떨어진 증시는 가격 메리트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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