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3ㆍ1절이 되면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유관순 누나'가 아니라 '오토바이 폭주족'이다. 오토바이 폭주 전과자들을 어떻게 다스려야 같은 잘못을 또 저지르지 않을까. 다시는 운전대를 못 잡게 면허 취득 자격을 박탈하는 강력한 처벌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그러나 폭주 전과자들 중 상당수가 '무면허 누범'인 점, 폭주가 중독성이 강해 근본적인 계도 없이 폭주족들 심리를 단속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엄벌이 최선은 아니다.


경찰이 오토바이 업체와 협력해 폭주 전과자들의 마음가짐을 바로잡겠다고 나섰다. 이들을 교육해 오토바이 경주대회에 내보내기로 한 것이다. 단속과 압박에서 탈피해 건전하고 합법적인 '판'을 깔아준 뒤 여기에서 당당하게 욕구를 발산하고 안전운행의 중요성을 스스로 깨닫게 만들어보겠다는 취지다.

'오토바이 폭주족' 오토바이로 길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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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서울 송파구 탄천 스피드트랙이다. 서울지방경찰청 폭주족 전담팀은 23일 오토바이 업체 대림자동차와 함께 오토바이 폭주 전과자 30명을 이곳으로 불렀다. 이들 중 12명을 선발해 대림자동차가 오는 5월 개최할 '스쿠터 레이스 챔피언십(KSRC)'에 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KSRC는 배기량 50cc인 스쿠터를 타고 550m짜리 트랙을 20~25바퀴 도는 경주다. 이 날은 선발에 앞서 안전운행 교육이 열렸다.


"여러분은 우선 마음을 가다듬어라.지금처럼 난잡하게 타러 온 게 아니라고!", 10대 폭주 전력자들에게 올바른 오토바이 운전법을 알리기 위한 교육간사의 목소리가 날카롭다. 이날 교육을 맡은 염기희 대림자동차 스피드트랙 소장은 "폭주족으로 느낄 수 있는 재미보다 모터 스포츠로 즐길 수 있게 해주는 데 의의가 있다"며 "틀 밖에서가 아니라 정해진 룰 안에서 선의의 경쟁심을 키워주기 위한 것"이라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중학교 2학년 때 아르바이트 하면서 오토바이를 배웠다는 김슬빈(18) 군은 남한테 지는 게 싫어서 전력 질주를 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 그는 "오늘 교육에 참가하니 안전하게 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최근에는 오토바이 자체가 위험하다고 생각돼 아예 타지 않을까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섭(18)군도 중2때부터 친구와 함께 어울리면서 오토바이를 탔다. 이날 회전코스에서 최고점을 받은 김군의 꿈은 전문 레이서다. 그에게 KSRC대회는 잘할 수 있는 분야에서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첫 무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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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트 경주를 구경하던 민경용(49)씨는 "오토바이가 단속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가 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시스템화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친구들도 B-boy처럼 국제적인 문화를 생산해낼 수 있다"며 "F1처럼 국제대회에서 우승도 할 수 있도록 보다 정밀한 교육을 통해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오토바이 사고는 자동차 사고보다 치사율이 2.43배 높다. 특히 다른 교통수단과는 달리 오토바이는 운전자 본인이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조사팀 관계자는 "폭주족은 매년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며 "오는 3ㆍ1절을 대비해 지난 해와 비슷한 2500여명의 인력이 투입돼 폭주족들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후조치보다 예방에 주력한 결과로, 경찰은 이번 행사 외에도 학교 교사들에게 현장 지도를 부탁하고, 배달 업체에 홍보 유인물을 배부하는 등 오토바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계획을 추진 중이다.


오주연 인턴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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