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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지던트', 시청률로 평가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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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지던트', 시청률로 평가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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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시청률로 드라마의 성공 여부를 말할 수 없다."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PD나 배우가 종종 던지는 말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시청률은 드라마 성패의 척도로 여겨진다. 업계의 논리가 그렇다. 시청률에 따라 연장 방송 혹은 조기 종영이 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시청률면에서 KBS2 '프레지던트'는 실패작이다. 중반을 넘어 후반부를 달리고 있지만 여전히 한자리대 시청률에 머물러있다. 동 시간대 경쟁작 SBS '싸인'과 MBC '마이 프린세스'가 동반 흥행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흥미로운 것은 시청자 반응이다. 홈페이지 게시판에나 SNS에서 "명품 드라마다" "정말 잘 만든 작품이다. 무조건 본방사수" "오히려 연장을 해야 한다" 등 절대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왜 시청률이 안나오는거냐"며 '음모론'까지 나올 정도다.

'프레지던트'는 정치드라마다. 젊고 유능한 정치인 장일준(최수종 분)이 여당 내 대통령 경선과 본선을 치르는 과정을 통해 우리네 정치 현실을 고스란히 투영해냈다.
장일준은 매력적인 인물이다. 그는 "원칙이 통하는 깨끗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말한다. 토론의 대가로 불릴 만큼 논리와 설득력이 있다. 위기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냉철함과 결단력도 돋보인다. 그러면서도 서민들과 막걸리를 마시며 난상토론을 펼치고, 정치적 라이벌의 마음마저 되돌리는 인간적 매력도 갖췄다.

그렇다고 장일준이 단순한 정의로움을 내세우는 인물은 아니다. 오히려 그의 경쟁자였던 김경모(홍요섭)나 신희주(김정난)가 그런 전형적인 인물이다. 반면 장일준은 필요하다면 반칙과 배신도 불사하는 입체적인 캐릭터로 묘사된다.

이는 '프레지던트'와 SBS '대물'의 다른 점이다. 같은 정치드라마를 표방하지만 '대물'의 서혜림(고현정 분)은 원칙과 정의만을 고수하면서도 성공 가도를 달렸다. 대신 그 과정이 설득력이 떨어졌고, 우리가 아는 현실과 괴리가 있었다. 결국 '대물'은 겉만 정치드라마일 뿐 멜로물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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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프레지던트'는 정치, 그 중에서도 특히 선거대결이 스포츠나 무술대련이 아닌 '전쟁'이라는 속성을 잘 보여준다. 복싱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우면 상대를 쓰러뜨려도 반칙패를 당한다. 하지만 전쟁에선 오직 살아남거나 죽거나 둘 중 하나다. 아무리 대단한 대의가 있어도 죽은 뒤엔 아무 소용이 없다.

그래서 장일준은 계략과 음모를 펼치는데 거리낌이 없다. 자신의 친형을 사형으로 몰아간 원로 정치인과 손을 잡아 지방경선에서 승리한다. 대통령의 인척을 국무총리로 삼아주겠다고 약속하며 당원의 지지를 이끌어냈지만 당선 뒤엔 이를 무시했다. 아내의 원망을 뒤로 한 채 감옥에 간 장인의 석방도 포기한다.

야망을 위해 때론 원칙도 약속도 저버릴 수 있는 입체적인 장일준의 캐릭터는 꽤 현실적이다. 대신 그 야망은 전혀 개인적이지 않다. 죽은 친형이 물려준 '정의가 통하는 국가를 세우겠다'는 사명감에서 비롯됐다. 그래서 더 믿음직하고, 매력적이다.

실존적이고 현실적인 고민에서 비롯된 변화무쌍한 캐릭터는 드라마 내적으로도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과 흥미진진함을 더하게 했다.

이런 장일준이 가능했던 이유는 최수종이 보여준 관록의 연기다. 카리스마와 비열함, 냉정과 열정을 동시에 갖춘 장일준의 모습을 매순간 훌륭하게 그려냈다. 덕분에 시청자가 장일준의 입체적인 캐릭터는 물론 전체 스토리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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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는 물론 극중 아내인 하희라도 돋보인다. 그는 남편의 정치적 성공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돕는 재벌가의 딸 조소희 역을 맡았다. 기존의 착한 아내 이미지는 없다. 대신 독기와 야망을 갖춘 차기 영부인을 그려냈다. 민감한 사안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장일준과 조소희을 보면 이들이 실제 잉꼬부부란 사실을 전혀 떠올릴 수 없다. 둘의 연기대결은 '프레지턴드'가 가진 하나의 관전포인트가 됐다.

여기에 중견 배우들의 호연까지 더해졌다. 장인영(왕지혜 분) 장성민(성민 분) 등 젊은 연기자가 낄 자리가 없을 정도다. 참모 이치수(강신일 분)는 위기에 처한 장일준을 위해 감옥에 가는 희생도 불사한다. 이는 모사꾼 백찬기(김규철 분)의 비열함과 절묘한 대조를 이룬다. 박을섭(이기형 분)과 윤성구(이두일 분)의 코믹 연기는 드라마의 감초 역할을 맡는다.

다소 진부한 소재인 출생의 비밀도 '프레지던트'에선 참신하게 다뤄진다. 보통 이런 소재는 드라마 전체 이야기를 뒤흔들 시한폭탄인 경우가 많다. 반면 '프레지던트'에선 장일준의 숨겨둔 아들 유민기(제이 분)가 다큐멘터리 PD의 입장에서 정치가 장일준을 이해해나간다는 독특한 설정을 취했다. 덕분에 민기의 시선 그 자체가 다큐멘터리가 되어 장일준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했다. 정치드라마의 성격을 훼손하긴커녕 오히려 배가시켜 준 것이다.

이런 작품성에 힘입어 '프레지던트'는 종영을 앞두고 소폭이지만 시청률 면에서 상승국면을 보이고 있다. 시청률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6일 방송된 KBS '프레지던트'는 전국시청률 8.3%를 기록했다. 5%에 머물던 초반에 비해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다. 뒤늦게 진가를 인정받고 있는 셈이다.

앞에서 언급한 "시청률로 드라마의 성공 여부를 말할 수 없다"는 어느덧 '프레지던트'에 가장 어울리는 말이 됐다. 주조연 배우들의 노련한 연기력, 입체적인 캐릭터, 정치현실의 풍자, 반전의 묘미가 돋보이는 '프레지던트'는 시청률을 떠나 웰메이드 드라마로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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