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충주, 횡성 등지 한우식당 손님 줄고 소 돼지 등 유통도 뚝…연말연시특수는 옛말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정부가 구제역을 재난으로 선포한 가운데 지역경제가 얼어붙고 있다. 전국을 휩쓰는 구제역에다 폭설, AI(조류독감)으로 휘청대는 모습이다. ‘안동발 구제역’은 강원도 횡성, 충북 충주 등지로 번지고 있다. 게다가 천안·익산의 AI 의심신고까지 겹쳐 초비상이다.
구제역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충북 충주시 앙성면 중전리 저전마을. 이곳엔 인적이 거의 끊긴 분위기다. “할 말이 없네요. 죄송합니다.” 최근 키우던 소 258마리를 땅에 묻어야했던 이 지역의 성모씨 농장에 전화를 걸었을 때 힘없는 답만이 들려왔다.
기자가 찾아간 29일 오후 성씨가 키우던 소 258마리와 살 처분 반경(500m)엔 들어 있지 않았으나 1.2km 떨어진 농가에서 키우던 돼지 19마리도 예방차원에서 살 처분됐다.
충주시청 관계자 40여명이 매몰한 곳의 성토작업과 유공관 매설, 소·돼지농장에 있는 부산물, 사료를 처리키 위해 농장 트렉터와 로우터 등으로 작업 중이었다. 표정들이 우울했다.
충주는 지난 4월에도 돼지구제역이 생겨 농가 103곳에서 1만1537마리가 도살처분 되는 등 214억원의 피해가 났다.
이 여파로 소와 돼지의 외부유출이 막힌 충청권은 유통까지 끊겼다. 소?돼지고기 거래가 막힌 데다 소비자들 외면으로 값이 뚝 떨어졌다. 강추위와 폭설까지 겹쳐 어려움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연말연시특수와 설 대목 예약도 거의 없다. 정육점도 개점휴업이다.
구제역 첫 발생지 경북 안동은 이 보다 더 심하다. 안동지역의 한우 78%가 살 처분됐다. 한우 사육두수 4만4000여 마리 중 3만4400여 마리가 땅에 묻혔다. 고기동네로 유명한 안동역 앞을 비롯, 한우식당에 손님이 끊긴지 오래다. 영주, 예천 등지도 상황은 비슷하다.
안동시 서후면에 사는 K씨(53)는 “키우던 소 200여 마리를 모두 살 처분한 뒤 일손을 놓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곳 주민들은 피해규모를 떠나 한우의 이미지가 바닥에 떨어져 살길이 막막하다며 울상이다.
강원도 횡성도 지역경제가 말이 아니다. 29일 현재 4건의 구제역이 발생한 탓에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되면서 재래시장을 찾는 발길마저 끊겨버렸기 때문이다. 횡성, 평창, 홍천 등 6개 브랜드 한우를 키우는 강원도는 7개 시, 군 농가 93곳에서 5600여 마리가 살 처분됐다.
이처럼 구제역 발생지를 중심으로 한 전국은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 우울한 연말을 맞고 있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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