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샌지, 16세부터 해킹...'행동가 or 위험인물'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미국 국무부의 외교전문 25만건을 폭로해 전세계 외교가를 뒤흔든 위키리크스(Wikileaks)의 창립자 줄리언 어샌지(Julian Assange)는 어떤 인물인가에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그를 ‘해킹계의 로빈후드’로 소개하면서 모든 이들을 위해 완전히 투명한 정보 공개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지만, 정작 그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어떤 이들은 그를 ‘오로지 진실만을 쫒는 행동가’로 추앙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무차별 정보 유출로 세계를 위협한 위험인물’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지금 이 시간도 그는 가방과 노트북컴퓨터를 들고 전 세계를 떠돌며 인터폴의 추적을 피하고 있다.
◆ 떠돌며 자란 소년, 해킹의 귀재가 되다= 그의 유랑은 유년기 때부터 예고된 것인지도 모른다. 어샌지는 1971년 호주 북동부 타운즈빌에서 태어났다. 14세가 될 때까지 37번 거주지를 옮겼을 정도로 자주 이사를 다녔던 그는 정식 학교 교육 대신 어머니에게서 직접 교육을 받았다. 어머니 크리스틴은 그를 “매우 영특했던 아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13세 때 어머니가 사준 코모도어64 기종을 통해 처음 컴퓨터에 입문했다. 컴퓨터에 모뎀을 연결하면서 당시 태동기였던 컴퓨터 네트워크의 세계에 발을 디디게 된 것. 컴퓨터 암호화에 흥미를 느낀 그는 이후 컴퓨터 해킹 분야에서 두각을 보였다.
16세때부터 해킹을 시작한 어샌지는 ‘멘닥스(Mendax)’란 ID를 사용하면서 해커 그룹을 결성하기도 했다. 악의적 파괴나 변경 없이 정보의 공유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그룹의 원칙이었다. 20세이던 1991년 그는 동료 해커들과 함께 캐나다 통신회사 노텔(Nortel)의 중앙 터미널을 해킹했다. 그는 해킹으로 31차례 기소됐고 이중 25번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당시 법원은 어샌지의 ‘지적 호기심’을 언급하면서 약간의 피해에 따른 벌금을 선고하는 ‘선처’를 내렸다.
하지만 이 와중에 그는 18세부터 동거했던 여자친구와 결별했다. 체포 후 여자친구는 아이를 데리고 떠났고 이후 양육권 분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 위키리크스, 세계를 뒤흔들다= 어센지는 2003년부터 멜버른대학에서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중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기 그는 자신의 관심을 정치로 돌린 것으로 보인다. 그는 블로그에 철학 대 수학의 문제, 작가 커트 보네거트의 사망, 이란의 언론검열, 민족국가와 기업 등의 폭넓은 주제로 글을 올렸다.
2007년 그는 자신의 블로그 IQ.org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노인이라면 연구실에서 편하게 빈둥거리면서 여름 저녁 학생들과 다정하게 대화를 나누고 태평한 삶을 살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한창 나이라면 신념에 따라 행동할 수 있어야 한다.”
2006년 그는 아이슬란드에서 동료들과 함께 내부고발자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를 만들었다. 정보의 자유 유통을 통해 정부의 위법행위를 저지한다는 것이 목표였다. 웹사이트를 통해 입수한 정보를 공개하는 한편 중앙서버는 스웨덴에 두었다. 스웨덴에는 내부고발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었다. 때때로 어샌지와 동료들은 기밀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직접 해킹에 나서기도 했다. 언제나 그는 정보원을 철저히 보호했고 정보의 출처를 거론하지 않았다.
위키리크스는 올해 4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 아파치 헬기가 민간인을 사살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세계 각국의 언론을 통해 보도되면서 충격을 주었고 미군 당국은 진화하는데 진땀을 흘렸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어 7월에는 7만여건의 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비밀자료를 폭로했고 이어 10월에는 이라크전 관련 자료 39만여건을 공개했다. 이달 28일 위키리크스는 미 국무부의 비밀 외교전문 25만여건을 폭로해 전 세계 외교가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위키리크스는 언론 자유와 정보 민주화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창립자 어샌지 역시 전세계 TV방송과 인터넷을 장식하며 순식간에 유명 인사 반열에 올랐다.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그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고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내부고발자”라고 불렀다.
하지만 잔뜩 화가 난 백악관과 정부 관계자들은 무책임한 폭로로 세계 안보에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줬다며 어떻게든 위키리크스를 폐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2일에는 서버를 제공해 온 아마존닷컴이 서버 제공을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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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샌지 역시 쫒기는 신세다. 그는 현재 스웨덴 검찰에 의해 성범죄 혐의로 수배된 상태며 체포되면 징역 2년형을 받을 수도 있다. 인터폴 역시 각 회원국에 수배령을 내린 상태다. 어샌지는 혐의에 대해 인신공격성 모함이라면서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어샌지는 최근 인터뷰에서 “내 역할은 피뢰침처럼 모든 비난을 떠안는 것”이라면서 “어려운 일이지만 달리 말하면 나는 너무 과도한 찬사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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