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어제 '5급 민간 경력자 특별 채용 시험'의 개선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특채에도 공채 때 활용하는 공직적격성평가(PSAT) 방식의 필기시험을 도입하고 서류 전형에서는 자격증이나 학위보다 현장 경험과 전문성, 민간 경력의 성과 등에 더 비중을 두겠다는 것이다. 시험 운영과정의 공정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해 채용심의위원회도 설치할 예정이다.


개선안은 지난 9월의 원안에 비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당초의 서류전형과 면접에 필기시험을 추가한 것은 '스펙'이 좋은 사람들만을 뽑을 가능성이 커 현대판 음서제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채에 시험을 치르도록 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 하는 논란이 없지 않지만 특혜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하지만 제도의 투명성과 공정성 못지않게 중요한 게 있다. 민간 전문가들이 기존의 공무원들과 융화해 자신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있는가 하는 점이다. 부처 간 정책을 조정할때도 협조가 잘 안 되는 것은 물론 고시파와 비고시파, 출신학교별로 나뉘어 파벌화하고 있는 게 공직사회의 현실이다. 특채 출신 민간 전문가들이 자리를 잡는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AD

엊그제 갑작스레 사퇴한 이민화 기업호민관의 경우가 단적인 예다. 이 호민관은 사퇴 이유로 '독립성 훼손'을 들었다. 대ㆍ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한 호민 인덱스가 그의 활동을 고깝게 여긴 공무원들의 견제로 무산된 사실을 거론한 것이다. 관료사회의 높은 벽에 가로 막혀 제대로 일을 하지 못했다고 고발장을 던진 셈이다. 2년 임기 중 1년 남짓밖에 지나지 않은 이지수 국세청 납세자 보호관의 사퇴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무리 우수한 민간 전문가를 선발하다 해도 기존 공무원들의 견제와 따돌림으로 자신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펼칠 기회를 갖지 못한다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민간 전문가를 특채할 아무런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정부는 민간전문가를 뽑는 데서 그쳐서는 안 된다.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제공하고 평가와 승진 등에서 합리적 대우를 해주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공무원의 철밥통을 깨지 않는 한 특채 제도는 성공하기 어렵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