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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저주' 값은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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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株·현대건설 급락.. 목표가 줄하향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승자의 저주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현대그룹 주식들이 현대건설 인수 성공을 계기로 급락 중이다. 현대건설도 새 주인의 자금력에 대한 우려로 동반 급락세다. 재무적 투자자(FI)로 참여를 선언한 동양종금증권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현대그룹의 주력인 현대상선은 인수가 확정된 16일, 하한가로 떨어졌다. 다음날인 17일 개장 초에도 5% 이상 급락세다. 6조원을 웃돌던 현대상선 시가총액은 순식간에 4조8000억원대로 떨어졌다. 현대엘리베이터 시총도 1조원 가량 날아갔다. 현대증권도 3000억원이 사라지며 시총 2조원 지지를 시험받고 있다.
7만원대 중반까지 올랐던 현대건설은 이틀간 폭락으로 5만7000원대까지 밀렸다. 8조원이 넘던 시총은 어느새 6조3000억원대다.

◆현대건설, 목표가 줄하향..가격메리트는 발생?=현대그룹 자금력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투매로 이어진 가운데 증권가의 시선도 냉정하다. 증권사들은 입이라도 맞춘 듯 승자의 저주를 얘기하며 현대건설의 목표가를 내렸다.

다이와증권은 이날 단기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현대건설 목표주가를 9만원에서 8만원으로 내렸다.
다이와증권은 "채권은행단이 입찰 가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언론에 따르면 양 후보 그룹은 5조원 이상을 적어냈고, 이는 시장 예측치인 3조5000억~4조원보다 38~57%나 큰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도 현대건설 목표주가를 9만2000원에서 8만1000원으로 내렸다. 현대상선의 추가적인 현금흐름 확보를 위한 현대건설과 거래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변성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업 가치 유출 리스크 및 추가적인 성장동력 확보 기대 감소로 향후 주가 모멘텀은 과거 대비 둔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결정으로 현대건설의 현금흐름이 9625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KB투자증권도 현대건설 목표가를 9만2500원에서 8만2000원으로 낮췄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예상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현대건설 보유 자산에 대한 유동화를 통해 인수 자금을 조달하는게 아니냐는 우려를 반영한 결과다.

하지만 최근 급락은 본질가치 대비 지나치다는데는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했다. 목표가를 내리긴 했지만 국내외 증권사들의 현대건설 투자의견은 대부분 '매수'를 유지했다. 현대건설의 기본적인 영업가치만 주당 6만3000원임을 감안할 때 현 수준에서는 가격메리트가 충분하다는 의견들이다.

◆모멘텀 사라진 현대그룹株=현대그룹 주식들은 현대건설 인수전이 치열해지면서 수혜를 가장 많이 본 종목들이다. 현대건설이 현대차쪽에 넘어갈 경우, 그룹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걱정은 인수합병(M&A)에 대한 기대감을 촉발시켰다.

그 덕에 9월초 3만원대 초반에 머물던 현대상선이 단기간 50% 가량 오르며 5만원대 중반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상 급등에 해운담당 애널리스트들이 정상적인 평가가 불가능하다며 분석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나올 정도였다.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증권도 덩달아 급등세였다.

실적개선도 됐지만 투자자들은 M&A 기대감에 베팅했다. 문제는 기대감의 방향이 다르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이 베팅한 것은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산다는데 대한 기대감이 아니라 현대그룹 경영권 다툼 가능성에 대해서였다. 현대그룹은 이번 인수전 승리로 경영권 안정을 확보했지만 반대로 투자자들은 모멘텀을 잃게 됐다.

김승철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상선 지분 8.3%가 현대차그룹으로 넘어갈 경우, 현대상선 경영권을 둘러싼 M&A 지분경쟁 이슈가 주가에 반영되어 있었다"며 "현대상선측이 현대건설을 M&A 하게 되면 사실상 대주주 및 우호지분이 50%를 넘게 되어 M&A 프리미엄은 사라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M&A 프리미엄을 뺀 현대상선 가치는 글로벌 경쟁사 대비 고평가 돼 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현재 현대상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약 2.6배 수준이고, 자기자본이익률(ROE)는 14% 정도로 예상되는데 세계 1위의 선사(Maersk)의 PBR은 ROE 12%, PBR 1.1배에서 거래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증권 역시 M&A 프리미엄 상실에 따른 모멘텀 부재 효과를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모멘텀이 사라진데다 인수자금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전용범 솔로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로 인수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며 "현대엘리베이터는 실적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에 있지만 이번 M&A의 부정적 이슈로 인해 이러한 실적 호전은 부각되지 못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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