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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서울선언과 중재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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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선언' 세계경제질서 주도기회
국내갈등현안도 조정능력 보여주길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로 온나라가 떠들썩하다. 지구촌 70억명 인구의 눈이 온통 대한민국으로 쏠려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11월11일 전 세계 언론은 일제히 서울발로 환율전쟁과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등 G20 정상회의 개막을 알리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회의장인 코엑스 미디어센터 등록기자만 63개국 4200여명에 이를 정도니 기사 양도 엄청났을 것이다.

이 날은 아마도 '서울'과 '코리아'라는 단어가 언론에 가장 많이 노출된 날로 기록될 것이다. 1997년 12월 초, 외환위기를 이겨내지 못해 결국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 신세를 졌던 한국이 불과 13년만에 G20 의장국으로의 변신에 성공한 날이기도 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를 '업보(Karma)'라는 말로 표현했다. 외환위기로 혹독한 시련을 겪으면서 위기관리라는 값진 경험을 쌓아왔던 한국이 이제는 그 노하우를 외국에 전수할 위치에 올라섰다는 뜻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국제사회에 아직도 '두 개의 코리아'에 대한 혼선이 있다"는 질문에 "개인적으로 남한이 코리아(KOREA)를 대표하고, 북한은 북한을 의미한다"고 언급, '지구촌 유지(有志)모임' G20 정상회의 좌장다운 자신감을 피력한 것도 인상적이다. 정부 수립 후 43년만인 1991년 가까스로 국제연합(UN)에 가입한 우리나라가 19년만에 G20 회의를 주재하는 것도 상전벽해나 다름없다. 지난달 경주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한국의 IMF 지분율이 19위에서 16위로 상향조정된 것은 국제사회에 기여해야 할 몫이 그만큼 커졌음을 뜻한다.
이 대통령은 그간 국내정치에서는 그다지 기를 펴지 못했다. 하지만 오바마 미국 대통령, 후진타오 중국 주석, 메르켈 독일 총리 등 국제무대의 최고지도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기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 당당한 모습으로 글로벌 리더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 외국인 선교사가 나눠주는 헌옷 원조품을 받으려고 줄을 섰던 한 소년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돼 G20 정상회의를 주재하니 감회도 남달랐을 터이다.

환율문제 해법찾기, 경상수지 가이드라인 제시, 핫머니 규제 등 G20 참가국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난제가 산적해있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합의를 도출해내기는 애초부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ㆍ미 정상회담을 통해 극적 타결이 점쳐지던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조차 일단 물건너 갔다. 12일 발표되는 서울선언에는 금융위기 타개를 위해 보호무역이라는 굴레를 벗어던지고, 금융안전망 구축을 위해 각국이 노력한다는 총론이 담길 것이다. 서울선언은 구속력은 약하지만 결과에 따라 의장국인 우리나라의 국격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지렛대가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며, 중재 리더십과도 맥이 닿아 있다.

한 걸음 나아가 우리가 진정으로 국제사회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환골탈태의 힘겨운 과정을 거쳐야만 할 것이다. 비자금 관련 검찰수사만 시작되면 움츠러들고 마는 일부 대기업 행태나 청목회 사건 등에서 불거진 비리의 그림자는 우리가 극복해야 할 대상이 무엇인지 그대로 보여준다. 그동안 곪은 줄 알면서도 쉬쉬하며 덮어뒀던 사회 곳곳의 부정부패에 대해 하나 둘 '소독'과 '정리'가 불가피한 이유다.

논어에 나오는 화이부동(和而不同ㆍ조화를 이루되 무턱대고 동조하지는 않음)이라는 용어가 문득 떠오른다. 세계경제 질서를 주도해나가는 G20 국가로서 지구촌 전체의 조화로운 발전을 추구해나가되 자기 신조나 원칙을 저버려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고용난 양극화 등 실타래처럼 얽힌 국내 문제를 푸는 데도 G20이라는 국제무대에서 보여준 중재 리더십이 되살아나기를 기대한다. dw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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