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미국 비난하다 자살골 넣을라”
[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중국이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QE2)에 대한 비판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중국 역시 지난해 어마어마한 규모의 양적완화를 단행한 바 있으며,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밖에 없는 원인을 제공한 것 역시 중국이기 때문이라는 것.
9일(현지시간) 파이내셜타임스(FT)는 중국이 그동안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마다 이슈의 초점을 미국으로 떠넘기며 비판을 모면해 왔지만, QE2가 논의의 중심이 되고 있는 이번 서울회의에서는 자칫 자충수를 두는 우를 범할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 ‘미꾸라지’ 중국 = 중국은 지난해 4월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제2차 G20 정상회의 당시, 저우샤우촨 인민은행 총재가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역할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논의의 초점을 미국으로 이동시켰다.
지난 7월에 열린 제4차 토론토 회의에서는, 회의 개최 1주일을 앞둔 시점에서 위안화 환율 유연성 확대 조치를 발표하며 비판을 피했다.
이번 서울회의도 비슷한 양상으로 시작됐다. 지난달 22~23일 열린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이전까지만 해도 논의의 초점은 위안화 절상이었다. 그러나 서울회의를 1주일 앞둔 시점에서 미(美) 연방준비제도(Fed)가 QE2를 발표함으로써, 중국은 또 다시 행운을 누릴 수 있게 됐다.
◆ 인플레이션은 중국 탓 = 그러나 이번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FT는 “중국이 QE2에 대한 비판을 삼갈 필요가 있다”면서 “중국은 자신 역시 대규모 양적완화를 시행한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4조위안의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책을 실시했다. 그러나 이를 통한 재정적자는 국민총생산(GDP)의 2%를 조금 넘어서는 수준이다.
대신 중국은 어마어마한 수준의 통화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했다. 지난해 중국 은행권의 대출 규모는 경기부양책의 두 배를 넘어서는 9조6000억위안이며, 통화공급(M2)도 전년에 비해 26% 늘었다. 현재 중국의 M2는 미국을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를 놓고 보면 중국의 인플레이션이 급증하는 것은 (미국의 QE2 때문이라기보다) 자국 내의 양적완화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10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4%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FT는 “중국 M2의 상당 부분은 은행 예금”이라면서도 “중국이 경제 부양을 위해 돈을 찍어내는 것을 결코 꺼려하지 않는다는 점은 명확하다”고 비꼬았다.
◆ 동전의 양면 = 문제는 또 있다. 만약 서울회의에서 QE2에 대한 논의가 심화될 경우, 세계 각국들은 중국이 결코 바라지 않는 의문에 도달할지 모른다. 그것은 바로 ‘무엇이 미국의 경제 위기를 불러왔느냐?’라는 것.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일부 전문가들은 아시아 국가들의 저축 과잉(savings glut)이 미국의 자산 버블을 부채질했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이와 같은 관점을 강력히 거부하며 “미국 경제 위기의 원인은 미국 내에 있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연준의 QE2로 인해 신흥국의 자산버블이 형성되고 있다는 비판과 아시아 국가의 저축 과잉으로 미국 경제에 위기가 야기됐다는 주장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 컨설팅업체 드래고노믹스의 아더 크로버 사장은 “QE2로 인해 자산 버블이 유발될 것이라고 비판하는 국가는 막대한 규모로 쌓아올린 외환보유고가 미국 경제 위기를 부추겼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FT는 “현재 모든 국가가 미국과 일전을 벌이는 것을 즐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국은 자기가 놓은 덫에 빠지지 않게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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